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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현주 Dec 02. 2023

어린 시절을 추억하다

오늘 밤에도 어김없이 패딩을  주워 입고, 운동화끈을 고쳐 묶고 집을 나선다.

바람이 없는데도 살갗이 따가운 것을 보니 이제 정말 겨울인가 보다.







저녁을 먹고 대충 상만 치우고서는 신랑을 따라나섰다.

이제 저녁을 먹고 나가지 않으면 집에 있는 게 어색할 정도다.

동네를 크게 한 바퀴 돌고 나면 40~50분 정도가 소요되는데 그 시간 동안 못다 한 이야기보따리를 펼친다. 가벼운 농담도, 무거운 이야기들도 거침없이 나눈다.


 이제는 이 시간이 너무 소중하고 귀하다. 신랑과 툭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진솔한 시간이기에 하루 중 가장 아끼는 시간이기도 하다.



5분 여정도 걸으니 마을교회가 나온다.

성탄절에 가까워져서일까? 교회 앞은 매일 등이 하나씩 늘어난다. 그러더니 오늘은 사슴까지 생겨났다.



그림 같은 장면을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어 연신 카메라를 누른다.

겨울이, 12월이 왔음을 직시했다.







교회 앞에 있으니 어린 시절이 떠오른다.

교회활동에 열심이던 학창 시절.

겨울은 유난히 설레고 행복했다.


성탄예배에서 선 보일 성극이나  워십등을 연습하는 재미도 있었고, 성탄절새벽이면 동네를 다니며 아기예수탄생을 알리는 새벽송을 다니기도 했다.


새벽송을 다녀온 뒤, 그때 받은 간식으로 우리만의 파티가 벌어졌다.


밤을 새우며 놀았다. 학생인 내가 유일하게 외박이 되는 날이기도 했다. 마니토놀이, 전기놀이, 제로놀이로 시간 가는 줄 몰랐고 지겨워지면 삼삼오오 모여 찬양을 부르며 놀기도 했다.


잠이 올 틈도 없이 성탄아침을 맞이했었다.

잠이 와도 즐거웠고 친구들, 언니 오빠들과 함께 있다는 사실이 그저 행복했다.



교회 앞 조명을 보며 어린 시절을 회상하니 그 시절이 그립기도 하고, 생각만으로 흐뭇함에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조명등하나로 옛 추억을 곱씹다니 참 고맙다.


오늘밤은 미소를 띤 체 잠들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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