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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현주 Dec 10. 2023

강아지 셀프미용

우리 집엔 9살 된 강아지, 하늘이가 함께 살고 있다.
하늘이가 6개월이 되었을 때 우리는 처음 만났다.
신랑이 식당에 갔다가 철장 안에서 살고 있는 걸 보고 데리고 왔다.
처음엔 할머니의 반대가 컸지만 아이들에게 좋다 하니 반대하던 마음을 접고 하늘이를 가족으로 받아들여주셨다.






오늘 오전에는 대구결혼식장을 다녀왔다.
같이 일하는 선생님 딸의 결혼식이 있었다. 아침 9시 반에 출발해서 집으로 돌아오니 어느덧 시계는 4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피곤이 몰려왔지만 이번주 주말에는 무조건 하늘이 미용을 하겠노라 벼르고 벼르었기에 비장한 마음으로 미용기를 꺼내 들었다.


속옷만 걸친 채로 하늘이를 안고 목욕탕으로 향했다.(털이 묻는걸 최소한 하기 위해)
코로나 때부터였으니 4년째  하늘이 미용을 직접 하고 있다.
처음에는 3시간씩 걸리던 미용이 이제 1시간이면 충분하다.
미용기에 잘려 우수수 떨어지는 털을 보니 내속이 다 후련했다.




고개를 숙인 채 미용에 몰두했더니 금세 한 시간이 흘러있었다.
목욕을 시키려는데 때마침 신랑이 들어와 목욕을 거들어 주었다.
수월하게 목욕을 끝내고 드라이는 딸아이에게 부탁했다.
하늘이 미용하는 날은 무조건 욕실청소를 해야 한다. 미처 치우지 못한 털뭉치들이 꼭 남아있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털뭉치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고 화장실청소를 이어나갔다.

청소까지 마치고 나서야 미용은 끝이 났다.
나오자마자 털뭉치봉지는 쓰레기통에 버려졌다.
미용을 처음 하는 건 아니지만 할 때마다 굴곡진 부분이 베일까 두려워 신경을 곤두세워야 했고, 긴장을 해서인지, 집중을 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미용이 끝나자마자 대자로 뻗어버렸다.


우리 하늘이



강아지 미용이 쉽진 않았다. 게다가 하반신 마비를 가진 아이라 나에겐 늘 아픈 손가락이기도 하다. 두꺼운 털옷을 벗겨주고 나니 막혔던 가슴이 뻥 뚫리는듯해 속이 다 시원하다.
또 당분간 하늘이의 낯선 모습에 적응을 해나가야겠지만 기분은 개운하다.

' 하늘이도 개운해하겠지? 나만 좋은 건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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