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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현주 Jan 25. 2024

세발나물을 아시나요

인구주택총조사 조사원 아르바이트를 할 때 이 나물을 처음 만났다.

아침 일찍 사무실로 모인 조사원들은 점심시간에 다시 모이자는 약속을 하고 각자 맡은 마을로 흩어졌다.

오전 조사를 끝내고 모일 수 있는 조사원 6명이 모여 점심도시락을 펼쳤다.

제각기 다른 반찬들을 가져와 모아놓으니 진수성찬이 따로 없었다.

엄지발가락에 멍이 들어가며 걷고 걸었던 시간들을 보상이라도 듯 밥 한 숟가락에 행복함이 더해졌다.

온기를 잃은 밥마저도 따뜻하게 느껴지는 마법이 일었다.

맛있게 먹던 중 처음 보는 반찬이 눈에 띄었다.

마치 잡초를 뽑아 무쳐놓은 듯한 비주얼이었다.

맛을 볼까 말까 몇 번을 고민했다. 내 젓가락이 갈팡질팡했던걸 눈치라도 챘는지 세발나물을 무쳐온 언니가 말을 건넸다.

"이거 맛있어~ 자주 못 보던 음식이지? 먹어봐."

"네, 언니~ 처음 봐요."

건네주시는 나물 한 젓가락을 입에 넣었다.

참기름이 뿜어내는 고소함은 침샘을 자극했고, 푸르고 가냘픈 잎은 입안을 종횡무진했다. 오독오독하는 식감에, 난생처음 맡풀향은 콧속을 금세 뚫고 나왔다.

나쁘지 않은 풀향이었다. 아니 기분이 좋아지는 풀향이었다.

한번 맛본 이 나물에 금세 중독된 듯 손이 계속 갔다.

자꾸 생각나는 식감과 맛 때문에 만드는 방법을 곧바로 전수받았다.

그 뒤로 마트에 갈 때마다 이 나물이 보이면 무조건 사들고 왔다.

가족들, 특히 딸이 너무 좋아했다.

가족이 좋아하고 내가 좋아하니 우리 집 밥상에 자주 출몰하게 됐다.

소금, 깨, 참기름이면 되는 반찬이라 손쉽게 만들어지지, 가격 착하지, 안 먹을 이유가 없었다.




오늘도 어김없이 나물을 사 와 물로 헹구고 살짝 데쳐내 소금, 깨, 참기름으로 마무리해 밥상에 올렸다.

금세 비워지는 반찬 그릇을 보니 흐뭇해진다.

세발나물반찬, 정말 애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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