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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발나물을 아시나요

by 박현주

인구주택총조사 조사원 아르바이트를 할 때 이 나물을 처음 만났다.

아침 일찍 사무실로 모인 조사원들은 점심시간에 다시 모이자는 약속을 하고 각자 맡은 마을로 흩어졌다.

오전 조사를 끝내고 모일 수 있는 조사원 6명이 모여 점심도시락을 펼쳤다.

제각기 다른 반찬들을 가져와 모아놓으니 진수성찬이 따로 없었다.

엄지발가락에 멍이 들어가며 걷고 걸었던 시간들을 보상이라도 받듯 밥 한 숟가락에 행복함이 더해졌다.

온기를 잃은 밥마저도 따뜻하게 느껴지는 마법이 일었다.

맛있게 먹던 중 처음 보는 반찬이 눈에 띄었다.

마치 잡초를 뽑아 무쳐놓은 듯한 비주얼이었다.

맛을 볼까 말까 몇 번을 고민했다. 내 젓가락이 갈팡질팡했던걸 눈치라도 챘는지 세발나물을 무쳐온 언니가 말을 건넸다.

"이거 맛있어~ 자주 못 보던 음식이지? 먹어봐."

"네, 언니~ 처음 봐요."

건네주시는 나물 한 젓가락을 입에 넣었다.

참기름이 뿜어내는 고소함은 침샘을 자극했고, 푸르고 가냘픈 잎은 입안을 종횡무진했다. 오독오독하는 식감에, 난생처음 맡는 풀향은 콧속을 금세 뚫고 나왔다.

나쁘지 않은 풀향이었다. 아니 기분이 좋아지는 풀향이었다.

한번 맛본 이 나물에 금세 중독된 듯 손이 계속 갔다.

자꾸 생각나는 식감과 맛 때문에 만드는 방법을 곧바로 전수받았다.

그 뒤로 마트에 갈 때마다 이 나물이 보이면 무조건 사들고 왔다.

가족들, 특히 딸이 너무 좋아했다.

가족이 좋아하고 내가 좋아하니 우리 집 밥상에 자주 출몰하게 됐다.

소금, 깨, 참기름이면 되는 반찬이라 손쉽게 만들어지지, 가격 착하지, 안 먹을 이유가 없었다.




오늘도 어김없이 나물을 사 와 물로 헹구고 살짝 데쳐내 소금, 깨, 참기름으로 마무리해 밥상에 올렸다.

금세 비워지는 반찬 그릇을 보니 흐뭇해진다.

세발나물반찬, 정말 애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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