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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현주 Sep 16. 2024

내 레시피대로 나박김치

가을이 온 줄 알았더니 떠났던 여름이 다시 되돌아온 듯한 날씨다. 밖에서 일하는 신랑은 여름보다 요 며칠이 더 힘들다고 했다. 시원한 국을 찾는 신랑을 위해 콩나물국, 냉국을 수시로 해댔지만 그것만 주기가 아쉬워 나박김치를 만들기로 했다. 신랑도 좋아하지만 딸도 좋아하고, 명절음식이 기름지기 때문에 함께 먹으면 입을 개운하게 해 줄 것 같아서 서두르기로 했다.
배추 한 포기에 만원이 넘는다는데 시장에서 알배추를 저렴하게 샀다. 마트와 비교해도 시장이 저렴했다.
이 레시피는 시집와서 시어머니께 물어서 배웠다. 그래서인지 신랑도 잘 먹었다.
제일 먼저 밀가루풀을 쑤었다. 한소끔 끓여 식혀두고 배추, 무, 미나리, 사과,고추를 먹기 좋은 크기로 잘랐다. 사과는 천연적인 단맛을 위해 넣었다. 설탕을 넣는 분들도 있던데 건강을 위해 사과를 선택했다.
배추, 무는 소금에 30여분을 절이고 헹구었다. 물기 뺀 배추와 무에 다시 물을 넣고 밀가루풀을 부어준다. 미나리, 사과,고추도 넣고 고춧가루, 마늘 다진 거 듬뿍 넣어주고 소금 간을 했다. 끝이다. 면포로 고춧가루물을 부어 고춧가루를 걸러내는 분도 계시던데 그만한 정성은 생략한다. 이건 우리 집 레시피니까.
만들기 쉬워 종종 해 먹었는데 올해는 처음 한 것 같다. 어제 브런치를 읽는데 밀가루풀 없이 나박김치를 담그셨다는 글을 보았다. 도전해 보려다 겁이 나서 하던 대로 했다.
한 번은 어머니께 궁금해서 여쭤본 적이 있다.
"어머니, 보통 김치에는 찹쌀풀 많이 쓰잖아요. 그런데 왜 밀가루풀을 시는 거예요?"
"밀가루풀이 국물을 시원하게 해 주거든. 그래서 물김치에는 밀가루풀을 는 거야."
그 후로 나박김치를 만들 때는 밀가루풀을 고집했다.
그래서인지 가족들은 모두 맛있게 흡입해 줬다. 다른 레시피도 많겠지만 나는 이 레시피를 오래 고수하고 싶다. 내 입에도 짝짝 맞기 때문에.
이번 명절에 가족들이 맛있게 먹어줄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기분이 좋아진다. 이내 얼굴에도 미소가 맺힌다.
'맛나게 맛들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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