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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 전

by 박현주

전을 부치니 명절이 왔음을 실감하게 된다. 우리 집은 도련님(서방님) 가족만 오시기 때문에 많은 음식을 하지 않는다. 딱 상에 올릴 정도만 하기 때문에 음식장만하는 게 그리 어렵지 않다.
명절마다 전을 굽고 나면 남는 계란물로 다양한 전을 굽는다. 버섯 전이나 고추전, 혹은 계란말이등 남는 계란물을 활용해 음식하나를 더 만든다. 의외로 차례음식보다 이런 게 더 맛있다. 오늘도 어김없이 남는 계란물을 이용해 배추 전을 만들었다. 어제 나박김치를 만들 때 남겨두었던 배춧잎이었다. 사실 배추 전은 옛날 남자친구집에서 처음 맛보았던 음식이기도 하다.
"어머니~이거 정말 맛있어요. 이렇게도 전을 굽나 봐요? 처음 먹는 건데 진짜 맛있어서 계속 먹게 돼요~"
"처음 먹어? 많이 먹어~~ 또 해줄게."
전 남자친구 어머님과 나는 케미가 좋았다. 남자 친구보다 어머니옆에 붙어 있기를 좋아했었다. 어머님댁에 놀러 가면 늘 맛있는 음식을 해 주셨는데 그 음식 중 하나가 배추 전이었다.
배추 전을 굽고 있으니 옛 생각이 스쳤다.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도 삐져나왔다. 어른들의 건강을 빌어보기도 했다. 인연이 아니었을 뿐, 나에겐 좋은 분들이었으니까.
배추 전을 해놓고도 먹어지지가 않는다. 다이어트 의지 때문인 건지, 기름냄새에 질려 그런 건지 나도 잘 모르겠다. 대신 가족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으로 배를 채웠다.
배추 전 하나로 과거여행도 다녀오고 가족들 입도 즐겁게 해 주니 고마운 음식이 되었다. 다음 명절에도 만날 수 있을까? 일단 남아있는 배추 전부터 한입 먹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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