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잠도 아니고 저녁잠이라니

by 박현주

나는 4시에 기상을 한다. 그때 일어나지 않으면 오전을 통으로 날린 기분이 들어 하루가 엉망이 되기 때문에 무조건 일어난다. 간혹 늦게 자게 되는 날은 유연하게 5시까지 늦잠을 자기도 한다. 그날은 공복운동을 자연스레 포기한다. 잠이 중요하다는 걸 깨달은 후부터 최소 6시간은 꼭 자려고 한다.
내 오전일과는 이렇다.
4시에 일어나 기도 후 양치, 물 한잔과 유산균을 입에 털어놓고 운동을 시작한다.
운동은 그날마다 하고 싶은 운동을 한다. 근력운동도 하고 어느 날은 실내자전거에 몸을 싣기도 한다.
1시간 동안 땀을 한 바가지 흘리고 나면 신랑출근준비에 들어간다. 5시 30분경 신랑을 출근시키고 밖에 있는 개와 고양이의 아침식사를 챙긴 후 대변을 치워준다. 집으로 들어와서 세탁기를 돌리고 6시에 아이들이 아침을 먹을 수 있게 준비한다. 설거지와 집정리, 씻고 준비를 마치면 7시에 출근을 한다.
큰 아이 통학버스가 7시 25분 시내를 거쳐가기에 그 시간에 맞춰 출근길을 나서고 큰아이가 내리면 둘째 아이를 학교 앞까지 데려다준다. 다행스럽게도 얼마 안 되는 거리라 7시 45분이면 병원 근처 월주차하는 주차장에 도착한다.
출근하는 8시 25분까지 40여분의 시간이 남는다. 그 시간은 오로지 나를 위한 시간이다. 5분 만에 화장을 마치고, 날씨가 좋을 때는 무선이어폰을 끼고 대릉원을 돌기도 하고 어느 날은 독서도 한다. 또 어떤 날은 글을 쓰기도 하고 어느 날은 영상을 보기도 한다.
요즘은 초고 원고를 차에서 다듬고 있다. 휴대폰으로 하고 있지만 조용한 차 안이라 그런지 나름 집중도가 높다. 오늘도 같은 일정을 소화하고 출근을 했다.
병원문을 열기도 전인데 병원 앞엔 이미 환자분들이 웅성거리며 서계신다.
'아, 오늘 장날이구나.'
새벽차를 타고 나오시는 분들도 있고 장에 온 김에 병원에 들르시는 분들이 많이 계셔서 장날은 유독 더 인산인해다.
전쟁 같은 근무를 마치고 나니 파김치가 따로 없다.
저녁을 먹고 잠시만 하고 누웠는데 2시간이나 잤다.
아들을 9시에 픽업 가야 했는데 일찍 마치고 와서 그런지 마음이 풀려버렸나 보다.
오늘 밤, 내가 속해 있는 '글로 성장연구소'에서 진행하는 북토크에도 못 들어가고 8시에 하는 그림책라방도 못 들어갔다.
이게 무슨 일이람.
하마터면 매일 글 쓰는 습관을 기르기 위해 참여하는 '별별챌린지'도 놓칠뻔했다.
깜짝 놀라서 일어나 보니 10시 반이다. 얼른 일어나 미친 듯이 글을 쓰고 있다.
글을 쓰고 바로자야되는데 낮잠도 아닌 저녁잠이라니.
낮잠도 안 자는 내가 저녁잠을 잔 거 보니 몸이 피곤하긴 했나 보다. 어쩌겠는가, 이미 자버린걸을.
놓친 일은 아쉽지만 충전했다는 것에 의미를 두기로 했다.
내 몸이 하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게 맞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게 정답이길 바라며.
하나 놓친 그림책라방과 북토크가 며칠간은 아쉬움으로 남을듯하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