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발

by 박현주

갑자기 줄넘기가 하고 싶어 졌다.
줄넘기를 찾다 보니 딸이 사놨던 하늘색 줄넘기가 있다. 잘 됐다 싶어 얼른 내 길이에 맞췄다.
줄넘기중앙을 한 발로 밟아서 겨드랑이까지 오게, 잘하게 되면 배꼽까지 줄이면 된다는데 나는 아직 초보이기 때문에 겨드랑이에 맞췄다.
이때 시간이 밤 10시.
달밤에 체조한다는 말이 내 이야기가 됐다.
어쩌겠는가. 다이어터의 숙명인 것을.
내일 하려고 하다가 하고 싶을 때 해야 하는 더러운 실행력 덕분에 줄넘기 줄을 돌렸다.
그냥 하면 심심하다는 유튜버님들의 조언에 따라 무선이어폰을 오른쪽만 낀 채 1990년대 댄스곡을 들으며 줄넘기를 했다.
그때부터였다.
10개를 못한다. 이럴 수가!!!
나름 운동신경이 있다고 자부하며 살았는데 넘는 족족히 걸린다.
2~3개 넘다가 걸리고, 걸린 줄이 다리를 때리고, 길어야 10개가 조금 넘고, 지치다 못해 짜증이 나려 했다.
'아, 왜케 안되노? 똥발이가? 계속 걸리노?'
노랫소리도 귀에 들리지 않았다. 오로지 숫자를 헤아리는 마음의 소리만 들렸다.
그러다 숫자세기를 포기하고 시간이라도 채우자 싶어 열심히 줄을 돌렸다.
한 번만에 걸리기도 다반사, 그러거나 말거나 다시, 또다시 줄을 돌리고 돌렸다.
결국 목표한 30분에서 5분 모자란 25분 만에 백기를 들었다.
'25분 한 게 어디야? 잘했어~~'
들어와 씻고 불타고 있는 얼굴에 팩 한 장 얹은 후 휴대폰을 들었다.
머뭇거림 없이 노라인 줄넘기를 검색했다. 똥발에 짜증 내지 말고 줄넘기를 바꾸는 것으로 결정지었다. 줄넘기를 계속하고 싶다면 그것이 가장 현명한 생각이라고 판단했다.
앞으로 줄있는 줄넘기와는 거리를 두고 지낼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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