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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현주 Sep 14. 2024

선물이 쏘아 올린 공

며칠 전 지인에게 선물을 받았다. 활용도 많은 지퍼파우치였다. 나도 바느질을 해봤기에 그 수고와 정성이 얼마나 큰지 안다.
"바느질 잘하시는 분에게 이런 거 드려도 될지 몰라. 그냥 제 마음이에요. 받아주세요."
선물도 감동이었지만 나를 생각해 주는 마음에 감동받았다. 나는 바느질을 하며 장사라는 것도 해보고 주문도 많이 받아봤지만 정작 나를 위한 바느질을 한 적이 거의 없다. 만들다가 실수한 부분, 놓친 부분이 있거나 마음에 들지 않게 나오게 되면 그제야 내 몫으로 받아들였다.
바느질을 18년째 해오면서 그 흔한 지퍼파우치를, 날 위해 만들었던 건 단 한 번뿐이었으니. 나를 위해 만들었던 게 있다면 고작 에코백이 전부였다. 무언가를 만들고 나면 팔거나 선물하기 바빴다. 그래서였을까? 지퍼파우치를 선물 받았을 때 솔직히 기뻤다. 지퍼파우치는 의외로 활용도가 높기 때문에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생각하는 소품이기도 하고, 가방 안에서 마음껏 수영하고 다니는 자잘한 화장품이나 소품들을 모아둘 수 있게 됐다는 생각에 행복해졌다. 나에게 선물을 주신 분은 자신을 위해서도 잘 만들던데 나는 왜 그리 나에게 야박하게 굴었는지 모르겠다. 허리치마도 수십 벌, 수백 벌 만들면서도 나를 위해 만든 건 단 한 벌뿐이었고 그것조차 원하는 분이 있어서 드려버린 나를 되돌아보니 한숨만 나온다. 조금은 이기적이어도 되는데 왜 그러지 못하는 걸까?
나보다 받는 이가 웃으면 그 모습에 행복했다. 받는 이가 기뻐할 모습을 상상하면 내가 기뻤다. 그 마음으로 바느질을 했다. 단지 그것뿐이었다. 나보다 남이 먼저였다. 왜 그랬을까? 왜 나를 먼저 챙겨주지 못했을까? 내가 먼저 써보고 내가 홍보물이 되어야 한다는 친한 언니의 이야기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렸다. 나는 참 못난 사람이었다.
글을 쓰다 보니 알겠다. 내가 나를 존중하고 아껴주는 게 먼저였다고, 그러고 나서 남을 챙겨도 안 늦다고.
지금은 집중할게 많아 바느질을 거의 못하고 있지만 시간이 허락한다면 나를 위한 바느질을 꼭 해보고 싶다. 나를 위해 옷도 만들고, 가방도 만들고, 소품도 다 만들어주고 싶다. 소주회사에서 주는 앞치마 말고 나를 위한 앞치마도 꼭 만들어주고 싶다.
선물이 쏘아 올린 공이 내가 나를 애정하게 만드는 마중물이 되어주었다. 나를 깨어나게 해 주고 깨닫게 해 줬다. 참으로 감사한 선물이고 귀한 마음이 됨을 알겠다.
나는 또 어떻게, 어떤 마음을 보답해야 할까? 행복한 고민에 젖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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