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명절, 전을 한 조각도 못 먹었다. 아니 안 먹었다.
어제 먹고 싶었던 배추 전은 가족들이 모두 먹은 상태였고, 다른 전들은 입에 당기지 않았다. 평소에도 쉽게 먹을 수 있는 거라 그런가? 암튼 입에 대지 않았다. 다이어트 중이라 명절이 걱정되기도 했지만 다행히 선방했다. 떡도 모시송편 하나만 맛보았다. 지인 떡집에서 한 거라 맛이 어땠는지 물어보셨을 때 대답은 해야 될 거 같아서 맛만 보았다. 확실히 달라진 건 내 입맛이다. 음식하나를 잡으면 끝장을 봤는데 보름간의 디톡스를 끝내고 난 뒤부터 위도 줄고 음식조절도 가능해졌다. 뭐 그럴까 싶지만 정말이다. 함께 디톡스를 했던 내 동생은 보름 후 7.2kg가 빠졌고, 커피를 끊게 됐다. 나도 콜레스테롤약을 끊게 됐고 체중도 줄었고 음식조절이 되는 걸 보니 디톡스의 효과는 최고인 듯하다. 그동안 얼마나 무자비하게 먹어왔는지 되돌아보는 계기도됐다.
차례를 지내고 음복도 하지 않았다. 음복이라 함은 조상이 내리는 복을 받는다는 뜻이라는데 본래 제사에 올렸던 술을 마시는 것만으로 음복한다고 하지만 요즘은 제사음식을 먹는 것도 포함된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식이 안 먹혀서 시어머니의 권유에도 샤인머스캣 몇 알만 우걱우걱 씹어먹었다.
나도 내가 참 낯설다. 이런 명절은 없었다. 약과나 곶감처럼 달콤한 주전부리에도 관심이 안 갔다. 밥은 먹어야 될 거 같아서 늦은 오후 비빔밥을 만들어서 대충 한 끼를 때웠다. 먹는 게 힘들고 귀찮았던 건 처음 느끼는 감정이라 아주 낯설었다.
이제 명절도 하루 남았다. 오늘은 신랑과 등산을 가려한다. 명절동안 음식조절도 잘했고 운동도 쉬지 않은 나, 칭찬한다. 내일은 일주일에 한 번, 인바디 체크하는 날이라 많이 기다려진다. 어떻게 달라졌을지 기대도 된다. 일주일간 나를 많이 아꼈고 사랑해 줬다. 이 모든 시간들이 쌓이고 쌓이다 보면 멋진 내가 만들어질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하루 남은 명절연휴도 나를 아끼고 사랑해 줘야겠다. 나의 다이어트는 명절에도 현재진행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