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어김없이 4시에 눈을 떴다. 명절연휴도 평일과 별다르지 않은 시작으로 아침을 맞았다. 신랑도 함께 눈을 떴다. 휴대폰을 만지작 거리길래 운동이나 하자 싶어 일어나려는데 붙잡는다. "어데 가노" "운동하려고" "체력비축해 둬라, 좀 있다가 산에 가구로" 그렇게 한 시간을 뒹굴거리며 브런치글을 업데이트하고 산에 갈채비를 했다. 명절이라 넘쳐나는 과일을 4가지 챙기고 큰 물병 3개를 챙겨 산으로 향했다. 경주에서 군위까지 1시간 10여분들을 달렸다. 나는 그 시간에 공저프로젝트 과제를 해나갔다. 짬나는 시간에 무언가를 하는 맛, 정말 최고의 쾌감을 준다. 1차적으로 과제를 끝내고 산에 올랐다. 입구부터 봉긋 솟은 바위가 멋지면서도 겁이 났다. 신랑을 뒤따라 쫄래쫄래 걸었다. 입구부터 경사가 장난이 아니다. 계속되는 경사에 말도 나오지 않는다. 오늘따라 신랑의 숨소리가 거칠다. 조금 가다가 신랑이 주저앉아 버렸다. "오늘 컨디션이 안 좋네, 니는 안 힘드나?" "응, 나는 아직까지 게안타, 힘들면 돌아갈래?" "일단 가보고" 우리는 무거운 발걸음을 천천히 옮기기 시작했다. 오르막이 심해서 그런지 경치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바위에 올라서야지만 내려다봐지고 먼 곳도 바라보게 되었다. 조금 내려가나 싶더니 또 오르막이다. 어떻게 이렇게 경사가 계속될 수가 있는지 오르면서도 이해가 안 됐다. 그나마 데크 덕분에 수월하게 산행을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되었다. 한 번씩 주저앉는 신랑에 맞춰서 가져갔던 배도 먹고 물도 마시며 휴식을 취했다. 운동어플을 켜고 등산을 시작했던 터라 어디까지 왔는지 알 수 있었다. 고심 끝에 최단거리로 움직이자는 결론 내리고 등산을 계속 이어나갔다. 신랑이 챙겨준 모자 덕분에 나무에 긁힐뻔한걸 잘 지나왔다. 신랑은 이미 땀으로 옷이 다 젖었다. 아무도 없길래 옷을 갈아입으려고 옷을 벗었는데 하필 이때 남자분이 지나갔다. 인사는 했지만 부끄러움은 신랑몫이었다. 이 남자분이 등산하며 본 처음이자 마지막 사람이었다. 신랑이 옷을 갈아입자마자 또다시 산을 올랐다. 삼거리가 나올 때까지 가보자 했는데 끝없는 오르막이다. 길옆으로 묶여있는 밧줄을 부여잡고 한 발 한 발 내디뎠다. 표지판이 보이자 환호성이 절로 나왔다. 이제 내려가는 일만 남았으니까. 내리막은 완만할 줄 알았는데 큰 착각이었다. 앞으로 고꾸라질까 봐 걱정되는 산행은 또 처음이었다. 무서움에 게걸음처럼 옆으로 걷기도 했다. 평지에 오면 그리 편안하고 안락할 수가 없다. 그제야 깨달았다. 새들의 노랫소리, 가을의 문턱이지만 아직까지 들리는 매미소리, 풀벌레소리가 들린다는 사실을. 오를 때는 전혀 몰랐다. 경사만 보고, 신랑만 쫒다 보니 청각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었다. 내려오는 길, 신랑의 한마디가 말을 멎게 했다. "돌아내려 갔음 후회할뻔했네, 우리 가을 되면 일요일마다 산에 다니자." "하, 하, 하."라는 웃음만 건넸다. 대낮인데도 눈앞이 캄캄해졌다. 그저 미소만 띤 채 발걸음을 재촉했다. 대곡지라는 못이 보이고 등산도 끝에 다다랐음을 느꼈다. 마음이 가벼워짐과는 반대로 다리는 점점 무거워지고 있었다. "다시 한번 갈래?"라는 신랑의 말에 고개를 절레절레 지었다. 농담인걸 알았지만 그 한마디가 급 피곤하게 만들었다. 주차장에 다 와가니 한 커플이 올라온다. "산에 아무도 없지요?" "올라가며 딱 한 분 뵈었어요." 대화 한마디만 주고받고 미소를 띠며 헤어졌다. 시간을 보니 2시간 9분 소요됐다. 안내표지판엔 2시간 30분 소요라고 되어있는 걸 보고 잘 다녀온 내가 기특했다. 신랑과 나는 명절연휴 마지막날 오전을 까맣게 불태웠다. 이쁜 경치 본 것만으로도 힐링된 산행이긴 했지만 앞으로 다닐 등산이 두려워지는 건 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