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헉, 아부지요~~~ 내가 몬 산다. 진짜. HI가 뭔 말이고. 도대체 뭘 잡수신 거예요?" "그냥 매일 똑같이 밥 먹었지, 어제 단감을 좀 먹긴 먹었는데. 과일 때문에 그런가? 왜? 많이 높으나?" "기계에서 HI가 떴다는 건 당뇨수치가 기계로 측정이 안된다는 거고요. 수치가 700 이상이라는 거예요." 당뇨를 재어드리다 'HI'가 나오면 나도 모르게 침이 꿀꺽 삼켜진다. 당뇨수치가 200(식후 2시간)을 넘으면 당뇨가 있다고 의심하게 된다. 의심도 잠시, HI라는 반갑지 않은 수치를 만나면 겁부터 난다. 당뇨수치가 아무리 높다고 해도 별다른 증상이 없기에 심각성을 모르는 분이 많다. 장기가 망가져가고 있을 거란 생각이 들면 그저 안타깝기만 하다.
약 20년 전, 우리 아빠도 고혈당으로 인해 살이 극심하게 빠진 적이 있다. 병원에 일하는 딸이 있음에도 아무 이야기가 없더니 입원까지 하게 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엄마말에 의하면 간식이 극심하게 늘었고, 살은 계속 빠졌으며, 잦은 소변에 거품은 물론 검은색 정장바지가 소변으로 인해 뿌옇게 됐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 당뇨가 찾아왔음을 직감했다. 결국 당뇨를 체크했더니 'HI'라는 수치가 나왔고 정밀검사를 받은 후 내려진 병명은 '당뇨병성 케톤산증'이었다. 당뇨병의 급성합병증인 케톤산증 때문에 체중감소, 다음, 다뇨 같은 증상이 발현된 것이다. 의사 선생님께선 우리가 알아듣기 쉽게 설명해 주셨다. 인슐린이 몸에서 만들어지지 않아 피가 산성인 상태고 심하면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다고 했다. 일주일간 입원치료를 받으셨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여전히 약으로 당뇨를 조절하고 계신다. 아빠를 보며 당뇨의 심각성을 조금은 인지하며 살게 됐다.
하루는 앞이 안 보이는 엄마약을 대리처방받으러 오신 분이 있었다. 가족이 처방전을 받아가셨고 나는 왜 그분이 시력을 잃었는지 궁금해졌다. "그분은 젊은데 어쩌다 앞을 못 보게 되셨대요?" "당뇨약 드시는 거 알죠? 당뇨 때문이잖아. 예전엔 혼자 잘 다니셨어요." "아~진짜요?" 당뇨합병증의 무서움을 다시 한번 실감하게 됐다. 살이 썩고, 절단하시는 분들도 봤고, 풍선처럼 몸이 부푼 것도 봤다. 시력을 잃기도 한다니 당뇨가 무섭다는 걸 피부로 절실히 느끼게 된다. 혈당조절을 대부분 어려워하시지만 단순당을 끊고 식후 걷기만 하셔도 한결 관리하기가 수월해진다니 당뇨병을 어려워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