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쥐는 공포의 대상이자 죽음을 부를 수 있는 동물로 박혀있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절대로, 추어도 가족으로 만들어줄 일은 없을 줄로만 알았다.
21살 때, 지인의 아버지께서 유행성 출혈열이라는 병으로 돌아가셨다. 설치류에 의한 죽음이라고 들어서 쥐라는 말만 들어도 소름이 끼치고 꼴도 보기 싫었다. 오죽했으면 쥐가 주인공인 영화 '스튜어트 리틀', '라따뚜이'도 안 봤다.
생명을 가족으로 받아들이고 기른다는 것, 무엇보다 책임감이 우선이 되어야 되고, 그 다짐이 없으면 아무리 원해도 받아주지 않았다.
집에 있는 강아지도 하반신이 마비가 되어 똥, 오줌을 짜주고 있는 판국에 또 애완동물이라니, 나는 기쁘지도, 반갑지도 않았다.
처음부터 햄스터를 사러 간 건 아니었다. 왜가리 때문에비워진 연못을 채워줄 잉어와 민물고기를 키우던 아이가 금붕어를 키우고 싶다고 하여 수족관을 찾아갔는데 그곳엔 다양한 새와 앵무새, 닭, 금붕어, 잉어, 거북이, 햄스터등 애완동물의 천국이었다. 좁은 곳인데 없는 동물이 없었다. 닭과 새의 변 냄새가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코를 찔러댔다. .
곧장 잉어와 금붕어에 정신을 빼앗겼고 사장님이 들려주시는 잉어이야기에 심취해 있었다. 이 일을 하신 지 40년이 넘으셨다는데 동물에게 하는 행동과 말들이 진심이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나도 40년을 애정하는 일로 내 삶을 채워갈 수 있을까?' 잠시지만 나의 미래도 소환해 보았다.
금붕어를 사 오고 나오려는 찰나, 신랑눈에 띈 햄스터. 햄스터들이 모여 있는 바구니 뚜껑을 여니 10마리 남짓되는 골든햄스터들이 하나같이 동그랗고 까만 눈동자로 우리를 올려다보았다.
시골에서 뛰어다니는 회색쥐와는 다르게 털도 고와 보이고, 까맣지만 반짝거리는 눈동자는 인형의 눈 같았다. 살아있는 생물인지, 인형인지 모를 정도로 귀여웠다.
신랑이 어린 시절의 추억을 끄집어내 들려줬다. 군대 가기 전까지 키우던 햄스터가 있었는데 야간만되면 쳇바퀴를 열심히 돌던 아이가 있었다고 이야기하며 행복해하는 신랑의 얼굴은마치 13세 소년 같았다. 아이들에게 좋을 거라고 한 마리만 데려가자더니 속전속결로 햄스터를 골랐다. 그리고 순식간에 아들의 손에 들려졌다. 내가 봤을 땐 아이들보다 신랑이 더욱 원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신랑의 행복한 미소에 거절하고 싶은 나의 의지는 눈 녹듯 녹아 없어져버렸다. '그래, 자기가 좋아하는 것 같으니 잘 키워보시게' 그 길로 햄스터는 우리 가족이 되었다.
예전 도마뱀을 키우던 유리장이 있어서 급한 데로 꺼내서 씻고 닦아서 햄스터의 집을 만들어 주었다. 신문을 깔고 도톰하게 톱밥도 깔아주고, 급한 데로 잠을 청할 박스집도 만들어줬다.
그때까지도 신랑과 아이들이 전부 준비했다. 나는 손도 안 댔다. 아니 못 댔다. 마음이 안 가니 몸도 안 갔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멀찍이서 가만히 바라보았다. 물통을 잡고 물을 마시는 모습에 웃고 말았다. '저 귀여움 뭐냐?'
계속 보고 또 보았다. 귀여움 덩어리 그 자체였다. 햄스터라 해서 엄지손가락만 할 줄 알았는데 요구르트병 크기만 했다. 기지개 켜는 모습을 보니 더 길어진다. 이쁘다 이쁘다 하면 이쁘게 보일까 봐 노력 중인데 눈치도 없는 햄스터가 하품을 한다. "으~~~~ 괴물 같아" 아들은 벌써 봤다는 듯 내 말에 맞장구를 친다. 그래도 이뻐죽겠다 하니 신기할 노릇이다.
"나는 손 못 대니까 톱밥도, 밥도 너희가 알아서 해라" "네~"
이구동성, 대답은 잘도 한다. 강아지를 처음 데려왔을 때도 책임감 안 보이면 돌려보낸다고 으름장을 놓았었다. 처음엔 내손이 많이 갔지만 지금은 목욕부터 이발까지 아들이 맡고 있다. 아들이 책임감을 배워가는 것도 기쁘지만 내 일이 줄어들었다는 사실이 더욱 기쁘기도 하다.
햄스터의 수명은 2~3년이라는데 성체가 된 아이를 데려온 거라 얼마나 살지, 또 이별을 하면 어찌 받아들일지 벌써부터 걱정이다.
4년 전, 애지중지하던 장수풍뎅이를 떠나보내고 대성통곡했던 아들의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이별이란 걸 처음 마주하기도 했지만 본인이 감당해 내기엔 너무나 큰 사건이었다. 뇌리에 박힌 그 모습 덕분에 애완동물을 맞이할 때마다 나의 걱정은 한아름이다.
이별이 두렵고, 이별의 슬픔과 아픔을 견뎌낼 수 있을지 걱정도 되지만 가족이 된 이상 잘 지내도록 노력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