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맙고 감사하지 말입니다.

등산하다 생긴 일

by 박현주

"오늘도 가야지?"

신랑의 한마디에 옷을 주섬주섬 주워 입기 시작했다.
어제는 사과 한 알 먹고 등산했다고 호되게 혼나서 오늘은 누룽지 한 그릇 따뜻하게 먹고 나서야 따라나설 수 있었다.

어제는 몸도 마음도 힘들고 무거웠는데 오늘은 제법 가벼웠다.
마음에 따라 몸이 달라지는 것을 체감하고 나니 무슨 일이든 마음을 단단히, 제대로 먹는 게 중요하다고 느끼게 된다.
어제와 다른 다리의 무거움은 있었지만 열심히 산을 올랐다.

어제와 같은 길로 올라갔는데 어제는 안 보이던 나무도, 늘 그 자리에 있던 바위도 모든 게 새롭게 보였다.
신랑도 오늘은 더 높이 가보자는 의지력을 내비쳤다.
'그래, 가보자. 그까짓 거'

상선암

남산 중턱 안 되는 지점에 있는 '상선암'을 지나 상선암지붕이 보이는 곳에 앉아 준비해 온 사과를 먹었다.
얼마타지도 않고 땀을 바가지로 흘리고 있었다. 체력이 예전만 못한 것 같아 서글펐다. 이곳까지는 거뜬하게 올랐었는데 나를 너무 방치하며 살았다는 생각 때문에 비참해지려 했지만 사과한입에 괴로움과 힘겨움도 함께 삼켜버렸다.

"나는 더 갈 수 있지만 너를 위해 내려가야겠다. 어제보다 안색은 나은데 그래도 안 되겠다."
고민되던 찰나였는데 먼저 얘기해 주니 신이 났다. 표현은 안 했지만 속으로는 춤을 추고 있었다.

하산의 발걸음은 무척이나 가벼웠다.
날다람쥐처럼 내달리는 곳도 있었다. 내달리던 코스를 지나 바위를 타고 내려왔다.
손으로 짚기도 하고 보폭도 줄이며 조심조심 내려오고 있었는데 눈앞에 3명의 아가씨가 길을 막고 있었다.

한 아가씨가 미끄러져 다리를 다쳐 두 발자국 걷고 쉬기를 반복하고 있다고 했다.
"삼불사 주차장까지 얼마나 남았을까요?"
"한 이십 분 가야 되는데 무슨 일이십니까? 다치셨어요?"
신랑이 조곤조곤 묻고 답하기를 이어가다 소방공무원인 동생에게 전화를 걸었다.

119로 전화하면 본인 gps로 위치추적에 들어가 구조가 가능할 거라는 이야기와 다친 부분을 묻고 조치를 취할 수 있게 설명해 주셨다.
두 형제가 멋지고 대단해 보이는 순간이었다.
아가씨는 곧장 119로 신고를 했고 위치를 묻자 신랑이 전화를 옮겨 받았다.
구조전화가 끝나고 별일 없길 바라는 마음으로 내려왔는데 구급차사이렌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어어어, 왜 저리가지? 저리 가면 안 되는데"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신랑은 구급차를 향해 달리고 있었다.


구급차를 겨우 세워 아가씨들이 있는 곳으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을 안내해 주었고 아가씨들이 있던 곳, 국가지점번호판(위치번호판)의 번호까지 상세히 알려드렸다.
도움을 드릴 수 있어 기분도 좋았지만 세심한 신랑의 모습이 듬직하기도 했다.
뒤이어 산악구조차량과 탱크차도 도착했다.
수고하시는 119 대원님들께 감사한 마음이 드는 순간이었다.

'아가씨는 별일 없었을까? 무사히 집에 갔을까?'
오후 내내 걱정이 가시지 않았다.

등산! 몸도 정신도 수양할 수 있는 좋은 것이지만 위험도 도사리고 있기 때문에 조심히, 안전하게 즐겨야 할 것이다.

모든 것을 내어주는 산, 누구의 위험에도 앞장서시는 119 대원님들, 나와 함께해 주는 신랑에게 고맙고 감사한 하루였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