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 - 2

글로성장연구소의 인연

by 박현주

'두근두근두근'
혹여나 심장소리가 들릴까 봐 외투지퍼도 목 끝까지 올리고 조심스럽게 2층계단을 올랐다.

고개를 돌리니 '글로성장연구소'라는 글자가 나를 먼저 맞이해 준다.




"현주님이시죠?"
윤태우작가님이 먼저 알아보시고 인사를 건네주신다. 먼저 인사를 건네주시니 감사함에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방명록과 이름표를 작성한 뒤 그나마 앞으로 가보려고 용기를 더해 자리를 잡았다.
내 옆자리엔 먼저 오신 여성분이 앉아계셨는데, 이름을 물으시자 저를 만나고 싶으셨다고 한층 격양된 목소리로 인사를 건네주셨다. 성함을 여쭈어봤더니 낯선 이름이었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용기가 나지 않으셔서 눈팅만 하셨다고 했다. 용기를 내시라고 간절한 마음을 담아 전해드렸고 특강이 시작되기 전까지 쉴 새 없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역시 오길 잘했어'


가족과 늘 함께하던 주말이라 내심 미안했지만 오늘만큼은 조금 욕심도 내고 싶었고 이기적이고 싶었다.
"가봐라, 사람들 만나는 거 좋을 거다"라고 얘기해 줬던 신랑의 목소리가 자꾸만 귀에서 맴돌았다.

늦어지는 분들이 계셔서 예정보다 10분 늦게 시작되었다.




작가님들의 인사를 시작으로 특강이 이어졌다.
줌으로 계속 봐오던 얼굴이라 낯설지는 않았지만 실물을 바로 눈앞에서 보고 있다니, 믿어지지가 않았다.


"글 쓰는 김필영작가입니다"라는 인사가 왜 그리 멋져 보였을까? 나도 글 쓰는 아무개입니다라고 인사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상상해 보았다. 오글거림은 나의 몫이었지만 그럼에도 꼭 한번 써보고 싶은 인사말이었다. 머리한구석에 별표 다섯 개 달아서 넣어두고 필영작가님의 이야기에 깊이 빠져들었다. 필영작가님의 이야기가 끝나고 리나 작가님의 이야기가 시작됐다.


참 다른듯한 두 분이지만 분명 닮아있는 부분이 있었다. '글에 진심이라는 점'이다.


많은 글쓰기모임들이 있다. 브런치 안을 봐도 모집공고가 즐비하고 밖을 봐도 마찬가지다.
좁고 좁아지는 출판시장 안에 그 넓디넓은 글쓰기모임 중 '글로성장연구소'를 만나게 되었다는 것.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고 하는데 한 공간 안에서 함께 글을 써나간다는 것은 절대, 분명 우연일 리가 없다. 그야말로 필연이다.
인연을 끈을 연결시켜 주신 두 작가님께 너무 감사했다.




별별챌린지의 기수장은 나를 위함이었다. 감투라도 써서 나를 코너로 몰고 가 어찌하든 글을 토해내고 받아낼 샘이었다.
분명 나에게 도움이 되었다. 글을 쓰기 위해 있는 생각, 없는 생각 다 끄집어내 짜내야 했고 독려해야 하는 입장에서 약속을 지키기 위해선 시간에 더욱 예민해져야 했다.
나를 위한다고 시작했던 기수장역할이었는데 많은 분들께 도움이 되었다 하셨다. 인사받는 게 부끄러울 만큼 모두가 입을 모아 칭찬해 주셨다.
부끄러웠지만 감사했다. 어쨌든 독려가 따뜻한 채찍질이 되었다 하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더라.
더욱 나의 자리에 애정을 갖고 열심을 내야겠단 생각이 새록새록 피어났다.

특강 후, 글에 대한 시선이 달라졌고 고정관념과 편견을 조금이나마 깨트릴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잘 써야겠다는 욕심은 조금 내려두고 진심으로 차분히 써보라고 나를 독려했다.


모든 일정이 끝나고 작가님들의 사인회가 진행되었다. 친필싸인이 있는 책은 받아봤지만 독대하며 사인받는 건 처음이었다. 오늘 이래저래 첫 경험이 너무 많다. 역시 움직여야 되는구나 다시 한번 마음에 되새겨본다. 진심을 담아 한 글자 한 글자 적어주신 손길이 따사로웠다.




사인회가 끝이 나고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꽃을 피웠다.
여기도 가보고, 저기도 가보고~~ 다양한 이야기들이 오갔지만 그 속에는 한결같은 따스함이 묻어났다. 어느 곳에서든 전부 느낄 수 있었다.
역시 글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었고 어디서 사는지, 어떻게 왔는지 조금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이야기도 나누었다. 브런치동기들, 탄탄글쓰기동기들, 별별챌린지 동기도 모두가 1기였고 같은 뜻으로, 같은 곳을 바라보는 분들이라 애틋하고 소중했다.
가는 시간이 애석하기까지 했다. 움직이는 분침을 줄로 꽁꽁 묶어 두고 싶었다.

돌아오는 기차밖 세상은 온통 검은빛이었다. 아파트에도 그제야 하나, 둘 불이 켜지고 있었다.
어둠이 내려앉아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았지만 마음만은 빛이 났다.
새로운 인연에 행복했고 보고 싶은 이들을 만나서 즐거웠다. 오고 가는 이야기로 마음을 나누고 돈독해졌다.
처음 보는 얼굴이라 낯설 법도 한데 글로 미리 소통했던 터라 쉽게 친해졌다.

5시간의 여정이 신비롭고 신기했다.
흔하지 않다는 뷰티택시, 많은 분들과 나눴던 다양한 인사와 이야기, 보고 싶었던 모든 작가님들의 만남이 꼭 나를 위해 준비되어 있던 아름다운 여정 같아서 황홀했다.

나는 복 받은 사람이다.
별처럼 수많은 사람들 중에서 글을 사랑하고 좋아하는 분들을 글로성장연구소에서 만났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나는 올해 받을 복을 다 끌어모아 받은 것 같다. 올 한 해 그분들과 함께한다면 두려울 것도 없고 씩씩하게 걸어갈 수 있을 거란 자신감도 생긴다.
그거면 된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