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그녀를 위해 일을 했다. 일을 했다기보다 시간을 들였다. 작은 선물이지만 그녀를 향한 나의 큰 마음이 조금이라도 전달되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한 땀 한 땀 정성을 쏟았다. 음식점을 하시다 펜션업으로 업종변경을 하게 되셔서 그곳에 어울리게 만들어 봤다. 맘에 드셨으면 좋겠고 무엇보다 나의 진심이, 나의 마음이 언니에게 다가가 닿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얼마 전부터 버선에 자꾸만 눈이 갔다. 그래서 버선모양으로 만들 수 있는 아이디어들을 적으며 구상해 나갔다. 그래서 만들었던 게 버선책갈피였고 그다음으로 구상했던 게 버선장식품이었다.
버선책갈피
버선의 의미를 찾고 또 찾았다. '발을 따뜻하게 하고, 천을 써서 맵시 있게 만들어 신는 의류에 속한다. 한국 특유의 것이며, 남녀 모두가 신었다' 는 게 전부였다. 모두가 다 아는 이런 뜻 말고 그럴싸한 의미부여를 할 수 있는 뜻을 찾고 싶었다.
별다른 뜻이 없어 실망하려던 찰나에 눈에 훅 들어오는 글귀를 만났다. 오잉? 나쁜 기운을 막아준대!!
'예로부터 나쁜 기운을 막아준다고 해서 장독에도 버선을 그려두었다고 합니다.'
나쁜 기운을 막아준다는 소금단지나 괴불노리개처럼 의미 있는 선물을 드릴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하니 한껏 들뜨기 시작했다.
버선 벽장식 소품
나쁜 기운은 막아주고, 좋은 기운을 불러달라는 나의 마음을 고이 담아 만들기 시작했다.
본을 원단에 옮겨 그리고 바느질을 하고, 화목(발목) 부분에 끈을 묶어주고 버선코에 테슬을 달고 벽장식 소품이 완성될 수 있게 창호문 액자에 만든 버선을 고정시켜 주었다. 21*21센티 규격이라 부담스럽지 않고 딱 좋았다. 만들고 나서도 한참을 들여다봤다. 그 순간, 고마웠던 마음들이 되새김질되어 감동으로 젖어들었다.
딸아이가 아파서 고통받던 시절, 아이의 고통에 비할 수는 없겠지만 나 나름대로 버티고 이겨내려고 발악하고 있을 때가 있었다. 무너질 대로 무너져있을 때, 늘 포옹으로 맞아주시던 언니. 옆에 있어주기만 해도 힘이 나고 든든한데 편지와 케이크를 집 앞에 두고 가신 적이 있다. 나는 때마침 씻고 있었고 언니도 볼일 있어 겸사겸사 오신 거라 빨리 가야 되노라 하셔서 얼굴도 못 뵈었지만 사랑만큼은 듬뿍 받았던 날이었다.
편지를 읽고 눈물, 콧물 다 쏟아냈다. 진심 어린 손 편지에 감동을 받았고, 세상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사랑과 마음, 나를 아껴주시고 힘주시기 위해 응원을 멈추지 않으신다는 것을 편지를 통해 알게 되었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가족 같았고 든든했다.
이 세상에서 나를 무조건적으로 응원하고 지지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나는 자신 있게 그녀만큼은 내편이라고 말할 수 있다. 편지에도 그리 적어주셨다. 꾹꾹 눌러쓴 진심은 금은보화보다 값졌다. 그 편지가 너무 좋았다. 너무 좋았던 나머지 품에 품고 다녔다. 소중했고 내 몸처럼 아꼈다. 지금도 힘들 때마다 한 번씩 꺼내본다. 볼 때마다 감동에 젖어 꼭 한번 껴안아본다. 마치 언니를 안듯이. 그 편지는 언니의 포옹과 다를 게 없었다. 참 따뜻했으며, 언니 품 같은 편지가 지금도 내겐 너무 소중하다.
그녀의 편지
그런 언니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고민고민하던 중 벽장식품을 생각해 냈고 신중을 기해 오늘 한번 만들어보았다. 생각보다 예쁘다. 맘에 드실까? 조만간 부탁하신 파우치를 만들고 나서 찾아뵈려고 한다.
늘 엄마가 그러셨다. "생일날 미역국은 커서도 잘 챙겨 먹어. 그래야 인복 있다더라" 생일 때만 되면 주문을 외우듯 이야기하셔서 귀에 딱지가 앉을 만큼 잘 저장되어 있는 이야기 중 하나다.
미역국을 여태껏 잘 챙겨 먹어서일까? 내 주위엔 좋은 분들이 정말 많다. 나도 내입으로 늘 이야기한다.
"나는 인복 많은 사람이에요."
나에게 복으로 오신 언니를 다음 주에 뵈러 간다.가슴이 두근거리기도, 몽글몽글 해지기도 한다. 욕심쟁이 같겠지만 나 혼자 언니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싶을 만큼 소중하고 애정한다. 그런 내 마음이 선물에 잘 녹아졌길 바란다. 그 선물과 함께 언니께서 주신 손편지처럼 나도 손편지와 함께 내 마음을 전하고자 한다.
감동도 좋지만 언니를 아끼고, 언니를 사랑하고, 언니를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라도 함께 할 수 있는동생이 있다는 걸 기억해 주시면 좋겠다. 쓰러져 일어날 힘조차 없던 나를 바로 세워주셨듯이 나 또한 언니에게 힘이 되어드리고 싶다.
작고 약소한 선물이지만 그녀에게 포옹 이상의 의미로 다가가길. 시작하는 사업도 승승장구하시고, 기쁨과 행복을 나눠주는 산타처럼 귀하고 소중한 분이 되길 바라본다.
겨울 동안 굳게 닫혀있던 매화꽃봉오리가 봄볕을 맞고서 하나둘씩 입을 벌리기 시작했다.
세상을 향해 굳게 닫혔던 내 마음도 언니가 열어줬듯이 나도 언니에게 따뜻한 봄볕 같은 사람이 되어드리고 싶다. 살아가는 동안 받은 은혜를 되새겨보며, 언니가 나에게 귀한 존재였듯이 나 또한 누군가에게 귀한 존재가 되어주고 싶고, 힘이 되어 주고 싶고 위로도 되어주며 아낌없는 사랑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 졌다.
이런 게 바로 선한 영향력 아닌가?
받은 선함을 나눌 수 있는 멋진 사람이 되어보겠다고 조용히 읊조려본다. 나의 기도가 하늘에 닿기를, 그래서 받은 선한 영향력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