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방학 없이 1월 초부터 시작된 겨울방학. 두 달간 하얗게 불태웠다.밥 하느라 방학이 어찌 흘렀나 모르겠다. 끼니를 라면으로때우는것을 나 스스로가 용납할 수 없었던 터라 밥만큼은 최선을 다해 먹였다.
두 아이 모두 좋아하는 고기도, 아들이 좋아하는 숙주나물무침, 딸아이가 좋아하는 삼색나물무침등 국과 반찬을 매 끼니마다 나름 푸짐하게 준비했다.
이번 방학을 라면으로 보내지 않게 했다는 것만으로 뿌듯하다. 이게 머라고.
내가 일을 하던 시절, 방학을 하게 되면 두 아이는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매 끼니마다 라면으로 배를 채웠다.
아이들하고 잘 먹고 잘살자고 일하는 건데 일하는 의미를 잃은듯해서 속상하고 기운 빠졌던 날이 하루이틀이 아니었다.
일하기 싫어진 시점이 아마도 그때쯤이었던 것 같다. 퇴근하고 집에 들어오는데 수시로라면 냄새가 풍겼다. 먹을 수는 있다. 먹을 수 있지만 저녁저녁마다 라면을 먹는다면? 글 쓰는 지금도 날이 서려한다. 라면냄새를 맡은 날은입에서 잔소리가 따발총처럼 쏟아졌다. 아이들도, 나도 못할 짓이라 여겼던날들이 계속되었다.
더욱이 아이들이 자라면서 라면 끓일 수 있는 나이가 되니 부모가 자리를 비우게 되면 기다렸다는 듯이 끼니를 라면으로 대신했다.
반찬을 넉넉하게 해 놔도 무용지물, 간편하고 맛있는 라면으로 손이 갔다. 에효. 인정하기 싫지만 끊을 수 없는 맛이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