쯔양보다 빠르게 먹는 손녀

먹을 게 많아서 잠을 자고 싶지 않아요^^

by 교수 할배

환갑이 넘은 친구들의 단톡방에는 어떤 정보들이 많이 올라오는지 아는가?


나의 경우는 건강하게 살 수 있는 정보가 자주 오른다.

여러 친구들이 비슷하면서도 새로운 내용을 자주 올린다.

그중 하나가 음식을 오래 씹어 먹는 거다.

그래서 나는 자녀들에게도 음식을 먹을 때 충분히 씹어 먹으라고 주문한다.

자녀들과 함께 나의 생일을 기념하여 외식을 하는 자리에서도, 대학에서 생물학을 전공한 아들에게 오래 씹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1년 6개월의 나이일 때 손녀는 잘 먹었다. 밥은 물론이고 고기도 잘 씹고 과일도 맛있게 먹었다. 그런데 먹는 속도가 너무 빨랐다.

내가 아는 먹방 유튜버가 두 명 있는데, 적어도 쯔양보다는 빠르다.

먹는 양이 많은 게 아니라 삼켜 넘기는 속도가 빠르다는 말이다.

쯔양의 먹방 영상을 보면 음식을 씹어 먹는 게 아니라 그냥 마시는 거 같았다.

특히 짬뽕처럼 면 종류를 먹을 때는, 입으로 넣는 면발들이 마치 넓고 동그란 플라스틱 원통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처럼 보인다. 쯔양이 밥만 먹는 거를 유튜브에서 본 적은 없지만, 밥 먹는 속도는 우리 손녀가 빠를 거다.


이 손녀에게도 음식을 오래 씹어 먹어야 한다고 가르치고 싶었다.

확실하게 하기 위하여 밥을 먹이면서 이렇게 말했다.

“자, 지금부터 할아버지가 스물까지 세겠다.

그때까지 밥을 씹으세요. 그리고 ‘스물’하면 삼키세요.”

손녀는 자못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손녀에게 밥을 한 숟가락 떠 먹여 주자, 손녀는 씹기 시작했고,

나는 손가락을 하나씩 접으며 수를 세기 시작했다.

“하나, 두”

할 때, 손녀가 입을 쩍 하고 벌리면서 비어있는 입안을 보여주었다.

그러면서 웃었다.

“스무 울”

놀라고 실망스러운 눈빛으로 손녀를 바라보며 힘없는 목소리로 '스물'하고 말했다.

이런 상황은 아침밥을 다 먹을 때까지 계속되었다.


이 아이가 2년 지난 지금도 자신이 빠르게 먹는다고 자랑한다.

그나마 다행으로 과일은 밥보다 조금 천천히 먹는다.


그런데 놀랍게도 손녀는 배가 고픈 상황을 잘 참고 기다린다.

하루는 어린이집에서 돌아오는 음식 재료를 사기 위하여 식료품점에 들렀다.

그러다 보니 식사 시간이 1시간 정도 지나서야 집에 도착하였다.

배고프다고 울거나 보채지 않았다.

마중 나온 엄마를 보면서 조용한 목소리로 “엄마 배 고파요”라고 말하는 걸 들었다.


어린 나이에 빠르게 먹으면서도 배고픈 시간에 투정 부리지 않고 기다리는 모습이 무척 귀엽고 대견하다.

음식을 가리지 않고 먹어서 그런지 힘이 세고 에너지가 넘친다.

스스로도 자기는 힘이 세다고 강조한다.

사실 근육이 단단하다.

어린이 다우면서도 자부심이 넘치는 지금 태도가 바람직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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