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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관계의 적당한 거리

건강한 관계는 경계의 존중이다


나는 꼬치꼬치 캐묻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말을 할 때가 되면, 다 말을 하게 되어 있다. 그리고 안 한다 하더라도, 그 자체를 존중하면 그만이다. 굳이 상대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면서까지, 본인의 궁금증을 속시원히 해소하려는 태도는 거부감을 불러일으키기 마련이다.


피부 관리실에서 일할 때의 일이다. 조용한 성격의 관리실 동료가 있었다. 그녀의 안색이 며칠째 너무 안 좋아 보였다. 나는 속으로는 걱정됐지만, 사생활을 지켜주고 싶었고, 그래서 평소와 다름없이 대했다.


반면, 수다쟁이 부실장님은 궁금한 것이 있으면 못 참는 성격이다. 결국 동료에게 무슨 일이 있냐며 캐묻기 시작했다.


"아니요, 그런 거 없는데요" 하자, 부실장님은 동료의 얼굴에 본인 얼굴을 들이대며 본격적으로 파고들기 시작했다.


동료는 그런 상황이 너무 불편했는지 “부실장님, 괜찮다는 데 왜 자꾸 그러세요!”라고 말하며 울며 뛰쳐나갔다.


관리실 분위기는 순식간에 정적이 흘렀고, 당황한 부실장님은 “나 참 어이가 없네. 아니, 걱정을 해줘도 난리야!"


그 순간 나와 눈이 마주쳤다. “건슬씨, 말해봐. 내가 잘못했어?” 나는 우물쭈물하다가 “네! 부실장님이 너무 과했어요.”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차마 그럴 수는 없었다.


때마침 실장님은 내가 대답하기 곤란해하는 것을 눈치채셨는지 “다 시끄럽다. 그러니까 업무에나 집중하지 왜 쓸데없이 사적인 이야기를 해서는 분란을 일으키고 그래? 적당히 좀 하자. 적당히!”


그나마 다행이었다. 실장님이 대표로 언성을 높이셨으니, 그 누구도 반발할 수가 없었다. 내가 동료의 입장이라도 굉장히 난감했을 것이다. 때로는 모르는 척 넘어가 주기도 하고, 아무리 신경이 쓰인다 해도 조금 지켜봐 줄 줄도 알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부실장님의 물음이 동료의 입장에서는 과연 나를 진심으로 걱정해 주어서 그러는 것인지, 단지 궁금증을 풀기 위한 이기적인 태도인지... 가뜩이나 불편한 심기를 더 고조시키는 데 부실장님이 한몫했을 것이다.


차라리 부실장님이 동료와 둘이 있는 자리에서 “괜찮아? 무슨 일 있어?”라고 처신했더라면 오히려 상황이 유연하게 흘러갔을 텐데... 그렇게 대처하지 못한 부실장님의 행동에 경솔함이 느껴져서 안타까웠다.


동료는 그날 컨디션이 좋지 않다며 조퇴를 했다.



“나는 관심이지만 상대가 불편하다면, 배려가 아닌 간섭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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