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한 감정은 후회를 남기지 않는다
건강한 관계의 거리 유지란 정해져 있지 않다. 그래서 더 어렵다.
내가 이만큼의 경계가 적당하다고 느낄 때, 상대방은 다르게 생각할 수 있다. 또한 상대방이 원하는 경계가 있을 때, 나는 종종 그것에 대해 불만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글에서 부실장님에게 불쾌감을 느끼고 조퇴한 동료는, 마음고생을 한 탓인지 다음 날에도 상태가 안 졸아 보였다.
나름대로 감정을 관리하려는 노력이 보였지만, 사람인지라 티가 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나 역시 부실장님의 심술이 멈추길 바랐다.
하지만 그날도 화가 풀리지 않았는지 비꼬는 뉘앙스로 동료에게 말했다. “어제 나 때문에 기분이 상했다면 대단히 미안해!”
동료는 “네, 앞으로는 안 그래 주셨으면 좋겠어요.”라고 대답했고, 부실장님은 울그락 불그락한 표정으로 “뭐라고!” 하는 찰나에,
나는 더 이상 안 되겠다 싶어 “부실장님, 모닝커피 한 잔 하셔야죠^^?”라며 커피를 들고 능청스럽게 다가갔다.
물론 나는 천사가 아니다. 동료를 감싸주고 싶었던 마음도 있었지만, 출근하자마자 직장 내 분위기 자체가 시끄러워지는 것을 원치 않았다.
부실장님은 내가 건넨 커피를 받으며 “건슬씨 봐봐, 얼마나 싹싹해! 아주 그냥 예뻐 죽겠어. 보고 좀 배워!”라고 하며 관리실로 들어가셨다.
나는 이런 칭찬이 반갑지만은 않았다. 오히려 너무 불편해서 동료에게 그러려니 하라는 고갯짓과 함께 윙크를 했다. 그날은 그렇게 분란을 막을 수 있었다.
부실장님과 동료는 서로에게 강한 불쾌감을 느끼고 있었다. 가슴에 맺힌 응어리가 깊어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료는 늘 나에게 '건슬아, 그나마 네가 있어서 다행이야'라고 말했지만, 그런 상황도 한두 달이지, 계속해서 내가 둘 사이의 윤활유 역할을 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결국 본인들의 갈등은 당사자들이 직접 풀어냄으로써 해결될 문제였다. 더군다나 평일에는 자는 시간 외에 직장에서 보내는 시간이 비교적 많다.
그만큼 한 공간에서 같은 공기를 마시는 동안 서로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관계라면, 얼마나 괴로울 것인가? 나 같아도 매일 같이 큰 고민을 했을 것이다.
결국 부실장님과 동료는 관계에서의 건강한 경계를 찾지 못했다. 부실장님은 둘째 임신으로 육하휴직을 냈고, 동료는 얼마 지나지 않아 이직했다.
갈등이 끝내 해결되지 않아 아쉬웠다. 한솥밥을 먹는 직장 내에서 서로를 미워하는 마음을 융화시키지 못한 것이 정말 씁쓸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노력조차 시도하기 어려운 관계가 있다. 만약 그들이 서로 오래 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더라면 갈등을 풀기 위해 최선을 다했을 것이다.
나는 이렇게 정들었던 동료와 아쉬운 작별을 했다.
“잘 지내?
지금 있는 그곳에서는 갈등 없이 행복하기를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