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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평화

감정의 직관을 믿는다


사람은 마음이 편안한 게 최고이다.

내심 무엇인가 걸리고, 찝찝하다는 느낌이 들 때는 시작을 안 하는 것이 이롭다는 생각이다.


특히나 인간관계에서의 시작과 끝은 일상의 흐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므로 더욱 조심스럽게 느껴질 때가 많다.


한 번은 내 연인 상대를 연령별로 통계를 내보니, 주로 연상이 많았다. 사람은 익숙한 것이 편안하기 때문에, 그때 당시 끈질기게 대시했던 연하남에게는 끌리지 않았다. 이런 나의 반응을 보고 주변 지인들은 저마다 한 마디씩 했다.


“연상도 연상 나름이야. 꼭 듬직하고 성숙한 것만은 아니더라고... 연하여도 속이 꽉 차고 든든한 사람이 있다니까~ 이번 기회에 한 번 만나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은데?”


완전히 내키지는 않았지만, 연하남의 진심이 느껴져 6개월째 교재를 이어가고 있었다. 그를 선택하기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건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애틋해지는 이유였다.


한 번씩은 남자 친구의 아는 형과 셋이서 밥도 먹고, 술도 한잔 기울이며 이렇게 저렇게 사는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그의 형에게서 묘한 느낌을 받기 시작했다. 남자 친구가 화장실을 가거나 잠시 자리를 비울 때면 갑자기 진지해지면서 나를 보는 눈빛이 부담스럽도록 강렬해졌다.


이런 분위기가 지속되자 자연스럽게 그의 형과 만나는 자리를 피하게 되었다. 물론 남자 친구에게는 전혀 티를 내지 않은 상태였다.


제발 내가 느끼는 불편한 관계로 이어지지 않기를 바라고 있는 상황에서 어느 날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건슬아, 오빠야. 혹시 잠시 만나서 얘기 좀 할 수 있니?"


남자 친구의 아는 형이었다. 번호를 알려준 적이 없는데 어떻게 알았는지...


목소리를 들어보니 취기가 살짝 오른 것 같았다. 나는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 남자 친구에게, 괜한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싶지 않았고, 그 형에게도 여지를 주어선 안 되겠다는 생각이었다. 전화를 계속 안 받자, 형은 수시로 문자를 했다.


“건슬아, 오빠한테도 한 번만 기회를 주면 안 되겠니? 미안해. 이러면 안 된다는 것은 잘 아는데... 나도 너무 힘들어서 그래.”


뜻밖의 상황에서 모두의 건강한 감정을 지키는 것이 최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내가 그의 형을 거절한다고 해도, 형의 감정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 같았고, 언젠가는 이 불미스러운 감정선을 남자 친구가 알게 될 것이다.


혹여, 나 하나로 인해서 남자 친구와 그의 형 사이에 금이 가는 것을 원치 않았다. 만약 그 둘이 인연을 끊는다 해도 나와 남자 친구와의 관계가 안정적일 거라는 기대를 하기 어려워 보였다.

내 입장에서는 그전에 이 모든 상황과 관계를 정리해야겠다는 아픈 결심을 할 수밖에 없었다. 남자 친구를 많이 좋아하는 감정은 변함이 없었지만, 아직까지 사랑은 아니었다. 더 깊어지기 전에 나는 결국 남자 친구와 이별했다.


전체적으로 이런 결정을 내리기까지 내 마음에도 많은 비가 내렸다. 6개월이면 짧다면 짧을 수도 있지만, 남자 친구를 사귀는 내내 마음을 다했고, 그 또한 나에게 진심이었음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한편, 그 형의 입장을 생각해도 마음이 아련해지는 것은 사실이었다. 도덕적인 측면이 우선시 되어야 하는 점은 당연하지만, 나 역시 짝사랑을 해본 경험이 있다. 감정의 절제라는 것이 쉽지만은 않은 일이며, 혼자만 하는 사랑이 외롭고 아프다는 것을 모를 리 없었다.


더 큰 상처를 남기지 않기 위해 두 남자 사이에서 얽히고설키지 않아야 했고, 내가 입장을 분명히 해야겠다는 결심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때를 떠올려 보면, 연하남과의 첫 만남은 다소 아픈 기억으로 남아 있다.


사귀기 전부터 무엇인가 썩 내키지 않았던 건,


어쩜 무의식 중에 ~


이렇게 복잡한 관계가 초래될까 우려했던 것을 예견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본다.



“좋았던 기억만 소중히 간직 할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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