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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나의 삶 2

변화를 받아들이면 편안해진다


친했던 친구들도 나와 상황이 달라지면 마음에서 멀어지기 마련이다.


한참 자주 만나던 친구들이 있었다. 30대 초반이 되니 하나둘씩 가정을 이루었고, 남은 것은 오로지 나 혼자였다. 결혼한 친구들과 상황이 맞지 않다 보니 만나는 횟수가 점점 줄어들었다.


한 번씩 모이기라도 하는 날엔 남편 이야기, 시댁 이야기, 자식 이야기뿐이라서 나와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했다.


그래서인지 함께 있을 때 예전처럼 즐겁지가 않았고, 내 목소리를 내기보다는 거의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입장이 되었다.


그래도 나와 다른 삶을 살아가는 친구들의 일상을 들을 수 있어서, 또 다른 현실을 마주하는 것 같아 새로웠다. 다만 약간의 소외감이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한 번은 친구들과 부부 동반으로 삼겹살 파티를 하는 자리에 남자친구와 함께 참석했다. 이미 그들은 종종 이런 형태로 모인 적이 있었던 것 같았다. 남편들끼리 서로 대화도 잘 이어 나가고, 술도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그야말로 화기애애했다.


내 남자 친구도 서글 서글 한 편이지만, 그들의 틈에 어느 타이밍에 치고 들어갈지가 대략 난감한 모양이다.

이런 분위기를 눈치챈 친구들은 남자친구가 멋쩍을까 싶어, 짓궂게 장난도 치고 나름대로 챙겨주기도 했지만, 한 순간에 다 함께 어우러지는 것은 쉽지 않아 보였다.


남자친구는 “건슬아 오빠가 빨리 취해야지 안 되겠다. 그래야 덜 어색하지”라며 방긋 웃었다. 나 역시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았다. 내 남자친구가 굳이 그렇게까지 애쓸 필요가 있나 싶어, 우선은 술은 천천히 마시고 적당히 분위기만 타자는 귀띔을 하고는 저녁식사를 마쳤다.


나는 친구들과 남편들에게 우리는 한참 연애 중이라서 오붓하게 둘이 있고 싶다고 유머스럽게 말하고는 남자친구를 데리고 나왔다.


평소, 주량이 약한 남자친구의 얼굴은 그새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나는 “오빠, 오늘 불편하게 해서 미안해. 그리고 많이 고마워.”라고 말했다. 그러자 남자친구는 미안할 것 없다면서 너를 사랑하는 만큼 너의 친구들도 내겐 소중하다며 오히려 따뜻하게 안아주었다.


이 배려심 깊은 천사 같은 남자는 지금 내 곁에 없지만, 그 누군가의 든든한 남자가 되어 늘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그 후로는 친구들의 이어지는 출산과 제각기 바쁜 생활로 얼굴 보기가 더욱 힘들어졌다. 더군다나 내가 그들에게 느끼는 마음의 거리를 친구들도 비슷하게 느꼈을 것이다.

서로의 상황과 환경이 다르니 인간관계의 유대감 또한 변화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그 후로도 친구들의 모임을 나만 몰랐거나 하는 것에 대해서 오해하거나 서운함을 표현하지는 않았다.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나니 마음이 홀가분해졌다. 나와 친구들의 삶의 변화를 이해하게 되면서, 모두가 함께 친하게 지냈던 솔로였던 시절은 이미 과거의 시점이라는 것을 인식했다.


지난날을 뒤로하고 나만의 삶의 방향으로 걸어가야 한다는 것을 느꼈던 그때를 추억해 본다.



"모두 잘 지내지? 가끔씩 너희들과 즐거웠던 그 시절을 떠올려 보곤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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