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남자친구가 없고 결혼할 생각도 없는데, 부모님은 언제까지 솔로로 지낼 거냐며 결혼을 재촉하신다고 했다.
타로 카드를 뽑은 결과, 그녀의 연애운은 보이지 않았고 오히려 독립적인 성향이 강한 점이 도드라지게 나타났다.
이러한 경우 보통, 결혼생활보다는 혼자 있을 때 안정감과 만족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문득, 나의 결혼적령기 시절이 떠올랐다. 아침부터 엄마의 잔소리는 시작됐다.
“아니, 젊은 사람이 주말인데 좀 나가서 연애도 하고 그래야지. 맨날 강아지만 끌어안고 있으면 어떡해? 비교를 하려고 해서 하는 건 아니지만, 다른 집 자식들은 결혼도 잘만 하던데, 너는 멀쩡해가지고 도대체 뭐가 문제여서 그러는 건지 정말! 아이고 두야.”
그럴 때마다 내 두도 지끈했다. 결국 재촉에 못 이겨 엄마의 지인을 통해 소개팅을 하게 됐다. 약속 장소에 도착하니 중년의 남자가 다가와 혹시 이건슬 씨냐고 묻는 것이 아닌가? 나는 너무 놀란 나머지 머릿속에 적색 신호등이 켜지기 시작했다.
걸음아 나 살려라, 도망이라도 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물론 사람은 마음이 중요하지만, 솔직히 처음 눈에 보이는 건 외모이다. 그다음에 몇 번 만나봐야 심성을 알 수 있게 된다. 잘생기고 못 생기고를 떠나서, 얼핏 봐도 나보다 20년은 많아 보였다. 배도 잔뜩 나온 데다 머리숱도 거의 없었다.
아무리 결혼에 국경도, 나이도, 그 무엇도 없다 해도 이건 진짜 아니다 싶었다. 설렘 한 스푼도 느껴지지 않았고, 머릿속은 온통 하얘졌다. 경제력과 명예가 좋은 남자라지만, 이 분위기 그대로 떠밀려 가다가 한 이불 덮고 평생 살게 될까 싶어 덜컥 겁이 났다.
그날 이후로도 부모님 권유로 여러 번 소개팅을 나갔지만, 인연을 만나지는 못했다. 나는 이렇게 된 김에 부모님께 내 의사를 확실히 밝혔다.
“요즘 사회 결혼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고 해서 내가 그들의 삶의 패턴을 꼭 따라갈 이유는 없다고 생각해요. 결혼은 선택이지 의무사항도 아닐뿐더러, 내가 행복해야 부모님도 안도하실 수 있을 거라 믿어요. 저는 지금이 오히려 행복해요. 특히나 인연에는 때가 있는 법이니 그때까지 딸을 믿고 기다려 주시면 좋겠어요.”
나는 예전기억을 떠올리며 상담을 이어갔다. 내담자는 현재, 남자에게 관심이 없고 오로지 일과 자기 자신에게 집중하는 삶에 만족한다고 했다. 그래서 부모님에 대한 지나친 관심이 부담스럽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나는 내담자에게 차분하게 말했다.
“아무래도 사람은 눈에 보이면 안 하려던 말도 계속할 수밖에 없어요. 부모님께서 생각하시는 딸의 가장 이상적인 모습은 행복한 가정을 이루는 것일 거예요. 내담자님은 당연히 그런 분위기가 많이 답답하실 테죠. 30대라면 꼭 결혼을 하지 않은 상태라도 부모님과 주거지를 분리하는 독립적인 삶을 생각해 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여기서 중요한 것은 급하게 출가하는 것보다는 부모님께 내 입장을 충분히 전달하고 조율하는 시간이 필요해 보여요. 원만한 관계를 유지한 상태에서 독립해야 앞으로도 부모님과의 관계가 좋을 수 있을 테니까요.”
내가 원하는 삶을 선택했을 때 행복은 주어지게 된다. 주변 환경에 이끌려가는 삶은 후회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주도적인 삶을 사는 것이 즐거운 삶으로 가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