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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의 마무리

이별은 새로운 시작이다


한참 인간관계에 지쳐 힘들었던 때가 있었다.


평소 TV를 즐겨보지 않던 내가 리모컨을 잡고는 채널을 돌리기 시작했다. 그중 눈에 들어오는 것은 ‘나는 자연인이다’라는 프로그램이었다.


전형적인 도시 생활에 최적화된 나에게 시골 생활이나 산골 생활은 꿈에서라도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일이다. 그날은 너무 집중한 나머지 한 편을 다 보게 되었고, 다시 보기를 통해 여러 회를 순차적으로 보기 시작했다.


나 자신에게 참 놀라웠다. 한 번씩 부모님이 보시는 것을 얼핏 본 적은 있어도 내가 “나는 자연인이다”의 초록 배경을 보면서 이렇게 편안함을 느낄 줄이야...


심지어 자연인들이 부럽기까지 했다. 이미 그 사람들은 삶 속에서의 명예, 사람, 돈에 지쳐서 속세를 떠나 산속 생활을 선택한 사람들이다. 자연을 벗 삼아 그 속에서 자급자족하며 살아가는 그들의 삶이 자유롭게 느껴졌다.


나는 혼잣말로,

“차라리 나도 산속으로 들어가는 편이 훨씬 낫겠어. 인간 사회는 너무 복잡하고 힘들어. 상처받는 것도, 상처 주지 않으려 상대를 헤아리는 것도 정말이지 지쳐버렸어...”라고 말했다.


그 즉시 두 뺨에는 뜨거운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렸다. 그동안 애써왔던 나의 감정이 북받쳐 오른 듯했다. 삶 속에서의 나는 늘 단단해야만 했고, 그래서 더 강해질 수밖에 없었던 나에게 이제는 큰 날개를 달아 훨훨 날아가게 해주고 싶었다.


쉴 새 없이 흐르는 눈물을 억지로 멈추지 않았다. 여태껏 인내력(뚝심)으로 강하게 막고 있었던 나의 감정의 문을 활짝 열어 모든 슬픔을 토해냈다.


그제야 속이 시원해졌다 ~



"이건슬 산속 생활은 아무나 하는 줄 알아? 그리고 자연에서도 아직 너를 허락하지 않았어. 네가 현실에서 해야 할 일이 여전히 많이 남아 있다는 뜻이야. 마음 추스르고 이제부터는 즐겁게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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