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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의 시작 2

새로운 시작은 맑고 평온하다


누구에게나 가장 편안하게 느껴지는 장소가 있을 것이다. 나에게는 그곳이 제주도 함덕해수욕장이다.


처음 제주도를 갔을 때, 현지인의 추천으로 함덕해수욕장을 방문하게 됐다. 도착하자마자 한눈에 반했다. 상대적으로 작은 편이었지만,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청정한 바다가 매력적이었다.


넓은 백사장의 고운 모래와 에메랄드빛으로 반짝이는 수면은 마음의 복잡함을 정리해 주는 기분이 들었다.


자연에 너무 심취해 옆에 누가 있는지도 잊을 무렵,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건슬아, 기분 좀 어때?”


절친이었다. 그러고 보니, 사람에 치여 힘들어할 때 제주도로 여행을 다녀오자고 제안한 것도 바로 그 친구였다.


그때 나는 정말 아무도 없는 한적한 곳에서 머물고 싶을 정도로 지쳐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친구는 내가 더 고립감을 느낄 것이라고 생각했는지 다음 날 바로 나를 이끌고 제주도로 여행을 오게 된 것이다.


운명학 상담을 하면서부터는 술을 마시지 않지만, 그 당시 모래사장에 앉아 친구와 마셨던 시원한 캔맥주의 맛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철썩철썩 파도 소리가 귓가에 맴돌고, 출렁이는 함덕해수욕장의 바닷물결은 마치 푸른 보석처럼 반짝였다.


그 빛깔에서 열정을 느꼈고, 침체기를 겪고 있던 마음에 다시금 건강한 인간관계를 맺을 용기의 문이 열리는 것만 같았다.


시원하게 톡 쏘는 맥주의 탄산과 함께 가슴에 남아 있던 응어리가 사라지는 기분이 들면서 말이다.



“삶에 부딪혀 숨이 막혀올 때, 무심코 내 발길이 너에게 닿았으면 좋겠어.


나도 너에게 그런 사람이었으면 좋겠어.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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