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없이 하루를 보내다 보니, 글 쓰는 걸 까맣게 잊고 있었다. 키보드를 다다다다 두드리며 썼다 지웠다를 반복한 지 벌써 15분. 1분 1초가 금 같아서, 이럴 바엔 지금 느끼는 감정을 있는 그대로 써 내려가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의식의 흐름에 나를 맡겨 본다.
하루 일과를 거의 마무리하고 긴장이 풀리니, 마음의 무게도 조금은 가벼워진다. 그제야 내 눈, 코, 입이 제대로 붙어 있는지 거울을 들여다보고, 이 시간에 누가 본다고 또 옷매무새까지 슬쩍 매만져 본다.
피곤할 때마다 살짝 충혈되는 눈에 안약을 넣은 뒤, 배에서 꼬르륵 소리는 나는지 귀를 기울여 보기도 한다. 그러다 문득, ‘나 지금 뭐 하고 있는 거야?’ 하고 피식 웃는다.
유니버셜 메이저 아르카나 9번 은둔자
그렇게 혼자 중얼거리며 웃고 나니,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여유가 생기는 듯하다. 은은하게 퍼지면서 점점 가까이 다가오는 등불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마치 타로카드 9번 은둔자(THE HERMIT)처럼, 고요한 내면 속에서도 스스로를 비추는 이 밤의 끝자락에서 밀려오는 고독감을 즐겨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