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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힌다는 것

나는 너를, 너는 나를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마음은 가슴이 아직 따뜻하다는 걸 말해준다. 하지만 하염없이 그 온기를 느낄 만큼 감정은 한자리에 머물지 않는다. 그리움에는 장르가 있으니 더욱 그럴 것이란 생각이다.


기약이 있는 그리움,

다시는 볼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막연히 마음만 가득한 그리움...


기약이 있는 그리움은 마음을 조절하며 돌볼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그리움은 그리워... 그리워하다가 애가 타다 못해 결국 지치게 된다.


그래서 어느 순간, 그리움의 상대를 떠올려도 감정이 무반응할 때가 있다. 그 정도에 이르게 되면, 마음은 스스로를 지키려 단념하고 만다.


이때는 느껴지는 것이 참 많다. 어느 쪽이든 간에 마음이 일방향으로 흐르면 행복한 관계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

이러한 상황에서는 그리워하는 마음 또한 서로가 서로를 그리는 마음이 아닌 일방이 일방을 그리게 된다는 것.


그래서 마음은 나눠야 하고, 그로 인해 서로 소중함을 느껴야 한다. 그래야만 함께하는 동안 진심을 느낄 수 있고, 망설임 없이 ‘서로가 서로를 좋은 인연’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모든 관계가 이렇게 원만하게 이어지기란 쉽지 않다.


누군가에게 잊힌다는 것은, 어찌 보면 서글픈 일이다. 나로 인해 상대가 애를 태우다 지쳐, 그의 감정을 말라비틀어진 낙엽처럼 건조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마음이 무겁다.


물론 모든 이별과 그리움이 아름다울 수만은 없겠지만, 그래도 크게 야속한 존재로 남고 싶지는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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