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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 마음의 여유

흐름을 따라서


예전에는 ‘무엇인가를 해야 하는데 해놓지 못한 상태라면 어떡해!’라는 말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이제는 그냥 ‘그런가 보다’ 한다. 내가 놀다가 그런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무의미하게 보낸 것도 아니며, 다른 할 일을 하다가 못한 것이기에 더욱 급하지가 않다.

"충분히 그럴 수 있지, 뭐. 그리고 지금이라도 하면 되지."

만약 완성이 안 된다 하더라도 나 자신을 닦달하거나 보채지 않는다. 그때 그 시간, 혹은 그날이나 그 기간에 할 수 있는 만큼만 한다. 물론 당장 결과물을 내야 하는 긴급하고 중대한 상황이 아닐 때의 태도다.


급하면 실수를 한다.

그래서 그것을 수정하거나 뒤처리를 하려면 처음보다 시간이 더 많이 들고, 어쩔 땐 아예 하던 일을 처음부터 리셋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지금 이 글도 지금 즉시 쓴 글이다. 의식의 흐름을 따라서... 글 주제도, 첫 문장도, 오늘 무엇을 쓸지에 대해서도 너무 깊게 고민하지 않는다. 그럴수록 아이디어가 더 떠오르지 않고, 시간만 간다. 근래에 이르러서는 그냥 자연스러운 게 좋다.


물길이 바뀌지 않듯,

상황에 맞게 환경에 맞게

나 자신의 스케줄에 맞게 흐름을 따라서 그렇게 하루하루를 걸어간다.


가을이 무르익어 가는 것처럼, 내면도 무르익어 가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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