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지난 기억들이 어렴풋이 떠오를 때가 있다. 그러나 그것과는 다른 패턴으로, 일정 기간 동안 유독 예전의 장면들이 현재로 불쑥 떠오르는 시기가 있다. 처음에는 신기하게 느껴진다. “갑자기? 지금 이 상황에? 어울리지도 않게”하면서, 참 뜬금없다 싶어 그저 웃어넘긴다.
떠오른 기억이 스치는 순간, 마음이 잠시 흔들리는 이유는 대개 그 장면이 감정적으로 강하게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즐겁거나 인상 깊은 경험일 수도, 다소 충격적이어서 스트레스를 남긴 사건일 수도 있다. 또는 내가 의식하지 못하는 무의식 속에서는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나 남은 미련이 깃든 경우도 많다. 이렇게 깊이 깃든 기억일수록, 현재로 불쑥 떠오르며 마음을 잠시 머물게 한다.
그 기억을 느끼는 동안 감정은 현재와 연결되기 시작한다. 감미로운 장면은 부드러운 사랑으로, 아픈 순간은 쓰라린 이별로, 남은 미련은 강한 그리움으로, 점점 애가 타는 마음은 다시금 사랑하고 싶은 마음으로 이어진다. 기억이 불쑥 머리 위로 떠오르는 것을 단순히 과거를 회상하는 순간이라고 해석하기에는 설명이 부족하다.
지난 기억은 잔잔했던 감정을 사랑으로 뜨겁게 달구었고, 안타깝게도 이별을 겪으며 차가워지고야 말았다. 하지만 그 쓰라린 이별을 극복하며, 겨우내 건강한 감정의 온도를 찾아가는 것으로 보는 것이 자연스러울 것이다. 즉, 이는 내면을 정리하는 과정이라 볼 수 있다.
순간적으로 문득 떠오른 장면이 갑작스럽게 느껴질지라도, 이미 무의식 속에서는 여러 감정을 거치며 성장한 나를 만나기 위해 한 계단씩 오르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 단계마다 스스로를 돌아보며 깨달은 바가 적지 않음을 느낀다. 다음 사랑에서는, 더욱 탄탄하게 우뚝 설 자신을 그리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