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료라는 말을 백 번쯤 생각하면
한낮에도 볕 들지 않는 모서리를 알게 된다
미루나무 서쪽을 들쑤시며 수학적인 밤이 왔다
이 세상 제일 환한 별똥을 찾고 싶었을 뿐
낮잠으로 새벽에 이르는 문학적 계절은 가고
연구실 창문을 매만지던 먼 산 능선을 따라
안녕이라는 말이 낯설게 구부러진다
어떤 퇴근을 마지막이라 생각하면
막다른이란 낱말을 아는 다람쥐를 키우다 보면
바야흐로 힘과 금, 높이와 깊이, 독기와 금기
계약과 개악 사이로 스멀스멀 기어다니는 벌레
배우지 않아도 좋을 웅크림의 각도
여보, 이젠 매일이 여행이구려
8평 연구실에 안장한 이론은 너무 신화적이고
18평 신혼집 거실로는 뭐든 이장할 수 없을 때
알람 소리는 울리는 것인지 우는 것인지
과학적인 음정이 일으켜 세울 아침은 이제 없고
건넛방 아이는 간밤에도 소리소문없이 자라고
오늘 연구실 문을 닫을 때 나는 소리는
고대에 멸종된 고래의 허밍 같아서
아직 살아남아 구석구석 차갑지만 보드라워서
막다른 언덕 꼭대기 단층집에서 이제는
목련에 찔리지 않을 높이로 이층을 올린다
가장 늦게 불 꺼지는 입간판을 보며 출근하는 일
시멘트 같은 시간이 다비드상 팔뚝을 조각하는 일
미장이라고 말하면 어느 가족은 아름다워지는 일
책과 벽돌 사이에서 어머니는 전화를 받지 않고
내장 삶는 연기 자욱한 국밥집을 기다리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