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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심, 존중심

by 용간

라시도에게


너희는 명석하고, 호기심이 많은 친구들이야. 엄마는 너희가 마냥 배알 없다고 하지만, 아빠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간혹 너희가 속상해하고 실망하는 걸 보면, 너희도 속으로 경쟁심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 아빠도 그래. 경쟁심이 없지 않지.


오늘은 경쟁심에 대해서 이야기해주려 해.


경쟁은 조심스럽게 다뤄야 해. 쉽게 변질되거든.


그럼 경쟁심은 가지면 안 되는 거야?


경쟁심은 동기유발을 한단다. 경쟁심이 있어야 내가 뭘 잘못했는지 알아보고, 어디가 부족한지 알아보고, 때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결과 혹은 평가를 받아들일 마음이 생겨. 뭔가를 이루고자 하는 욕구는 지속되지 않아서 관리해야 줘야 하는데 경쟁심은 바로 그 역할을 해. 아빠 연구에서도 그런 걸 본단다. 나와 비슷한 타인의 성공은, 불편하고 하기 싫지만 꼭 해야 하는 것들을 하게끔 사람들을 한 번 더 밀어준단다.


경쟁심은 좋은 거네?


그런데, 경쟁심은 너무 쉽게 변질돼. 너희에게 좌절감을 줘서 스스로를 깎아내리게 할 수도 있고, 나쁘게는 상대에 대한 미움을 품게 만들 수도 있어. 아빠는 둘 다 경험해 봤단다. 똑똑한 친구들 사이에서 좌절해서 자신감을 잃고 살던 시절도 있고, 다른 사람을 견디지 못할 정도로 미워하게끔 한 적도 있어. 그렇게 경쟁심은 아빠의 영혼을 갉아먹었단다. 아마 지금도 아빠는 두 가지 모두에서 벗어나진 못한 것 같아.


경쟁심은 관리할 수 있어?


어려워. 우선 한 가지를 기억하면 좋을 것 같아.


존경심을 가져야 해. 경쟁 대상에 대한 존경과 존중. 그런 마음이 없으면 쉽게 경쟁심은 미움으로 번져. 만약 상대가 소위 반칙을 해서 이긴다면 존경심을 가지긴 어렵겠지. 그래도 존중심은 가지려고 노력해야 해. 그래야 경쟁심으로부터 너희의 영혼을 지킬 수 있단다. 어려운 일이지?


경쟁 대상에 대한 존경심을 가진다면, 너희가 경쟁에서 승리했을 때 좀 더 겸손할 수 있겠지? 너희가 잘 나서 이긴 게 아니라, 너희가 조금 더 노력을 했거나 운이 좋았기 때문이니까, 우쭐댈 이유도 없는 거야.


존경심을 가진다면 너희 스스로도 경쟁의 법칙을 잘 지킬 수 있을 거야. 반칙으로 이긴다면, 상대방으로부터 존중받기 어렵고, 상대방에게 분노와 상처, 어쩌면 치욕만 안길 테니까.


존경심을 갖는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야. 특히, 미움이 만연하고, 경쟁의 법칙을 모호하게 만드는 사람들이 많은 이 시대, 이 곳에서 경쟁 상대에게 존경심을 갖는다는 것은. 아빠도 잘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지.


그래도 노력하자.


너희 아빠가




시야. 어제 상 받은 거 너무 축하해. 친구들에게 모범을 보였다니, 너무 멋진 일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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