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시도에게
오늘 아빠는 마음이 너무 어려웠단다. 아빠의 동료가 너무도 불의한 일을 당했어. 그 사람은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했어. 그것도 성심성의껏. 심지어 그 일은 남들을 해하지도 않아. 아빠는 사회의 약자인 사람들을 도와주는 그 일을 우리 학교에서 해서 나름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단다.
그런데, 어떤 사람이 그 일의 의도와 내용을 왜곡하고, 아빠 동료를 대중들 앞에서 악랄히 폄하했어. 그리곤 얼굴 없는 대중을 선동했어. 그 대중은 아빠의 동료에게 돌을 던지기 시작했고 그는 대중 앞에서 너무 큰 조롱을 당했어.
아빠 동료의 어떻게 그런 선한 의도가 너무도 악하게 포장될 수 있을까? 믿을 수 없을 것 같은 일들이 눈앞에서 일어나고 있네. 아빠는 지식으로만 이해했던 인간의 악한 본성을 눈에서 직접 보는 것 같아.
무섭다. 사람들이 그렇게 사실을 왜곡하고, 믿고, 동기부여되고, 행동하는 것이. 아빠도 그 상황이 있었으면 나의 동료와 똑같은 선택을 내릴 텐데. 변호의 기회가 없는 재판을 당한 기분이고, 통제 불가능한 대중의 분노를 맞닥뜨렸을 때 개인이 얼마나 작아지는지... 아빠라면 그런 통재할 수 없는, 나를 죽이려고 하는 그런 분노를 마주할 때, 견딜 수 있을까?
화가 난다.
선동꾼. 나쁜 사람에 대해서.
그리고 나에 대해서. 그 사람을 위해서 항의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싶었지만, 무서웠나 봐. 나도 당할 거니까. 그런 비겁한 생각을 하는 나를 보며 화가 나.
마음이 아프다. 불의를 마주한 그가 안타깝다. 그 사람을 도와야겠다. 어떻게 도와주지?
화가 난 아빠는 그 사람을 대신해서 싸워야겠다는 생각을 했어. 용기가 안 났고 비겁하게 내가 피하는 것 같아서 화가 났지만,
근데, 이내 화가 날 때 하는 판단은 항상 문제라는 생각이 들더구나.
아빠가 어떻게 하는 것이 최선일까?
그 사람에게 위로가 되어주어야겠다. 다른 사람들이 다 외면할 때, 나는 그에게 등을 돌리지 말고, 그에게 다가가야겠다. 거기까진 할 수 있을 거 같기도 해.
그런데 성경은 그런 사람을 도와주라에서 멈추지 않아. 우습지 않니? 그 일이 일어나며 계속 아빠에게 들려오는 묵상의 목소리는, 하나님께서 그 악한 이, 그 선동하는 사람들, 나의 동료에게 돌을 던지는 그들까지 사랑하신대. 나에게 그 사람들에게까지, 선을 보이래.
그게 가능할까?
미래의 너희는 이 묵상을 통해 아빠가 어떤 결정들을 내렸고, 어떤 생각으로 살게 되었는지 이야기해 줄 수 있을 거야. 아빠는 아직 잘 모르겠어. 내 그릇으로 그런 게 가능할지.
글로는, 말로는 그게 가능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눈앞에 보인 불의에 대해서도 그럴 수 있을지. 아빠가 그런 불의를 당해도 그럴 수 있을지.
갈 길이 멀다.
너희 아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