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시도에게
아빠는 선물할 줄을 몰라. 세심하게 그런 걸 챙기는 사람이 아니야.
아빠네 집은 생일을 챙긴 적이 별로 없어. 크면서 할머니 할아버지 생일에 집에서 뭘 해본 적이 없어. 사실 할머니 할아버지 일을 대신해주느라 생년월일을 외우기 전까지는 할머니 할아버지 생일도 몰랐어. 결혼기념일? 지금도 모른단다. 음력이라는 핑계도 핑계지만, 생일 파티를 해본 적도 없었지.
그나마 할머니 할아버지가 아빠 생일을 잘 챙겨줬는데, 그건 아빠 생일이 한국에서는 공휴일이기 때문이야. 공휴일에다 할아버지 일하는 곳에서 큰 행사를 하는 날이었기 때문에, 할아버지가 잊지 않고, 호두과자를 사 오는 것으로 갈무리를 했단다.
몇 번 선물을 받은 적도 있었던 것 같지만, 큰 선물은 아니었던 것 같아. 아빠가 원하는 것도 별로 없지만, 받은 선물이 아빠가 원했던 거였던 적도 거의 없었던 것 같아.
생일 파티는 미국에서 잠깐 머무를 때, 삼촌 집에서 잘해준 게 첫 기억이야. 지금은 없어진 것 같은 시즐러라는 스테이크 집에서 뷔페를 먹었던 것 같아. 친구들 3-4명 초대해서. 누구를 초대하는지도 참 어려웠던 기억이네. 그래도 그 이후에 한국에서도 생일 파티를 몇 번한 것 같기는 해.
그래도 너희 생일은 잘 챙겨주려고 노력하는데, 아빠가 생각해서 준 선물에 실망한 너를 보며 마음이 안 좋네. 그래도 생각해서 준 것인데. 감사함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것 같아서 걱정스럽기도 했지만, 아빠 마음이 섭섭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지. 한편으론 네가 좋아하는 것을 사주지 않은 아빠도 참 못 됐단 생각을 했다.
미국에 온 뒤로 너무 자주 가서, 이제는 띄엄띄엄 지키는 전통이지만, 우리 가족이 왜 생일에 맥도널드를 먹는지 아니? 유학하고 있을 때, 공휴일이 아닌 내 생일 처음 겪으면서 아빠 혼자서 맥도널드에서 아침을 먹었어. 그때, 나의 가족과 너희 엄마랑 멀리 떨어져 있는 게 좀 슬펐어. 그래서 생일에는 그 생각을 했지.
멋진 생일 파티를 열고, 즐길 줄도 알았으면 하지만, 조촐히 맥도널드 팬케익을 먹으면서 가족끼리 같이 시간을 보내는 것의 소박한 즐거움도 알았으면 한다. 앞으로도 계속.
생일 축하한다, 첫째.
p.s. 아빠가 다른 선물을 사려고 하는데, 이건 좋아해 줬음 하는구나.
너희 아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