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젊은 날의 아빠는

by 용간

라시도에게


아빠의 아빠, 너희 할아버지는 살가운 사람은 아니었어. 호기심이 많고, 나라를 사랑하고, 인정이 많고, 아들을 무척 사랑했지만, 동생에게 상처를 받은 형이었고, 평생 본인 아버지의 유지를 받들기 위해 자기에게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산 사람이기도 해.


아들에게 먼저 마음을 터놓은 경우는 별로 없었지만, 내가 마음을 터놓고 질문하면 가감 없이 본인의 생각을 알려주셨어.


내가 결혼하기 전, 처음으로 아버지의 청춘이 궁금했단다. 그래서 할아버지가 좋아하시던 백운대를 같이 가자 제안했지. 그 산행에서 많은 대화를 나눴단다.


왜 엄마랑 결혼했어?
어떻게 아들을 두고 엄마를 혼자 유학 보낼 수 있었지?
하나님은 어떻게 믿게 된 거야?


할아버지는 결혼에 대한 본인의 생각을, 그리고 신앙에 대한 본인의 생각을 나눠주셨어.


이제 더 이상 질문을 할 수 없다는 게 아빠는 제일 슬퍼. 할아버지의 삶과 그가 짊어졌던 삶의 무게를, 유품을 정리하며 가늠하곤 하지만, 한 때는 청년이었을 한 때는 젊은 가장이었을 할아버지는 그때 어떤 생각으로 살았을까, 아빠는 그게 궁금하단다.


이게 너희에게 글을 쓰는 두 번째 이유야.


너희가 나중에 커서 젊은 날의 아버지와 대화할 수 있게 말이야.


너희 아빠가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새해 결심 그리고 실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