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시도에게
이제는 커서 성인이 되었을 너희에게 묻고 싶구나.
혼자 있을 때 무슨 생각을 하니?
얼마 전에 설교를 들었어. 혼자 있을 때, 남들 모르게 생각하고 있는 것이 진짜 나를 말하는 것들 이래. 다르게 말하면 내가 묵상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물어보면 된 것 같아.
아빠는 요즘 무슨 생각을 하고 살고 있을까? 이렇게 멋지게 너희에게 글을 남기려 하지만, 나만의 시간에 어떤 묵상을 하고 살까?
어떻게 하면 논문을 좀 더 성공시킬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내 커리어를 좀 더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좀 더 좋은 학교로 옮길 수 있을까? 전에는 별로 생각하지 않았는데, 이제는 어떻게 하면 돈을 더 벌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많이 하는 것 같아. 주식을 해야 하나? 사업을 해야 하나?
어떻게 하면 할머니, 큰아빠, 그리고 우리 가족을 잘 돌볼 수 있을까? 너희가 성공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줄 수 있을까? 너희에게 어떻게 하면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을까? 할머니는 어떻게 모셔야 남은 시간을 후회 없이 보낼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동료들과 학생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길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작문 실력을 늘릴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좀 더 파급력이 있는 글을 쓸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브런치 구독자를 늘릴 수 있을까?
봄이 오니, 마당 잔디에 잡초가 자란다. 우리 집 마당의 잔디는 어떻게 잘 키울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좀 더 맛있는 커피를 내릴 수 있을까?
아스날은 우승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축구를 좀 더 잘할 수 있을까? 아빠 허리디스크는 괜찮은 걸까?
미국에 있는 것이 좋을까? 아시아로 돌아갈까? 한국으로 돌아갈까?
하나님 말씀을 묵상한다고 하면 좋겠지만, 실상을 그렇지 못한 걸. 어느덧 아빠는 다른 삶과 크게 다르지 않은 생각과 고민을 하고 사는 것 같아.
그게 나쁜 것은 아닐 거야. 하지만 나쁘지 않다고 아빠에게 평안이 임하는 것은 아니란다.
왜 이런 생각으로 가득 찼을까 고민해 봤어.
어느덧 아빠는 스스로를 슈퍼맨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 것은 아닐까? 삶의 무게가 늘어나서, 나름의 성공을 맛봐서, 내가 할 수 있을 거란 허상에 사로잡혀 있는 것은 아닐까? 내가 할 수 있다.
성경은 그렇지 않을 거라 이야기해. 생각의 중심을 나에게서 하나님에게로 옮기면 삶의 무게를 덜어낼 수 있다고 이야기해.
요즘 아빠는 부쩍 삶의 무게를 많이 느끼는 것 같아. 하나님께 왜 이리 많은 무게를 주시냐 불평했지만, 혼자만의 생각을 적어놓고 나니, 그 무게는 내가 들고 있는 것들이구나. 생각의 중심이 흐트러진 것은 아닐까?
혹시 삶의 무게를 크게 느끼고 있을 너희에게 도움이 되는 이야기였으면 좋겠구나.
생각의 중심을 다시 잡자. 우리를 사랑하시는 하나님을 믿고,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과 상황을 즐기자. 그거 어떤 상황이든 말이야.
너희 아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