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변곡점

by 용간

라시도에게


살다 보면 여러 번 변곡점이 찾아와. 때로는 내가 그 변곡점에서 주사위를 던져야 할 때도 있지만, 어쩔 땐, 변곡점이 예고 없이 찾아올 때도 있어.


아빠한텐 고양 스타벅스에서 받은 전화가 그 변곡점이었어. 너희도 아빠 옆에 있었는데 말이야.


코로나로 인한 할아버지의 폐렴이 너무 많이 진행되었다는 병원에서 온 전화.


경황이 없이 받은 전화라서 어떤 감정이 들었는지 기억도 안 나. 그 뒤로 며칠 동안 계속 전화통만 붙잡고, 상황 파악을 하느라 아버지를 더 큰 병원을 옮기기 위해서 노력해 보느라 밤을 지새웠어.


글쎄. 그렇게 아빠의 평온하던 삶은 송두리째 뽑힌 것 같아.


이제 거의 3년이 흘러갔구나.


오늘 다시 그런 전화를 기다려. 할머니의 건강검진 결과. 어떤 결과일까? 마음으로는 준비하려고 하는데, 어렵구나. 이 전화도 우리 인생의 변곡점이 될까? 아니면 그냥 지나가는 점이 될까?


지난 3년간 아빠가 정말 원했던 건, 안정이었던 것 같아. 이제야 조금 안정된 것 같은데, 아빠 인생에, 우리 인생에 다시 바람이 불 수도 있겠구나.


아빠가 지금 마주한 삶의 변곡점들은 이전과는 다른 것들인 것 같아서 슬프단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길이 갈리는 변곡점이거든. 이 전화로 할머니는 아빠가 따라갈 수 없는 길로 발걸음을 띄울까 무섭단다.


생각해 보면, 우리는 모두 서로 다른 길을 가고 있어. 아빠도, 너희도, 엄마도, 할아버지도, 할머니도, 큰아빠도, 모두. 단지, 지금 잠시 같은 길을 걷고 있는 것일 거야. 너희도 짧게는 20여 년 엄마 아빠랑 같이 길을 걷겠지만, 그 사이에, 그리고 그 뒤에도 엄마 아빠랑은 다른 길을 걷게 될 거야. 그러니, 아빠도 그렇게 슬퍼할 일이 아니어야 할 텐데. 아쉬울지언정, 슬퍼할 일은 아닐 텐데.


오늘 기도는 그렇게 하고 있단다. 슬퍼하지 않길. 어떤 변곡점을 만나더라도 기쁨으로 받아들이길. 헤어짐은 아쉬울지언정. 슬퍼하진 않길.


오늘 밤, 아빠는 잠을 잘 못 이룰 것 같구나.


너희 아빠가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불편한 선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