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출항
퇴원하고 집으로 왔다.
첫날은 아주 조금은 낯선 듯 들어간다.
둘째는 계란 양배추 죽과 불고기를 내어놓았다.
"엄마, 이거 내가 준비한 거야."
엄마에게 주는 퇴원 선물을 하나씩 선보였다.
내가 수술 후 바로 나와서 나의 손을 잡았다는 둘째와, 내 볼을 만져준 남편.
얼굴은 스쳐 지나갔지만 마취가 다 풀리지 않아 손길이
기억이 나지 않았다.
나의 우뇌로만 작동되었던 그 시간은,
"아파요. 아파"만 되풀이했다.
간호사와 의사선생님께도
"저, 아파요"
도돌이표 언어만 쓰는 수술한 나의 같은 말에 진통제로 다시 잠이 들었다.
큰아들은 원 데이 클래스 가서 샐러드를 만들어왔다.
병원에서 신선 야채를 먹지 못해서 입에 감겼다. 병아리콩, 올리브, 닭 고기 살, 양배추, 당근, 얇게 썰어져서 먹기에 좋았다.
취향 저격해 준 아들 고마워.
남편은
이제 잘 걸어 다닐 수 있으라고 운동화를 내밀었다.
평범치 않았던 여름의 나날에 새로운 걸음으로
맞이하라고 느껴졌다.
막내는 나에게 책과 편지를 남겨주고 갔다.
자신은 21년간 버티는 것에 자신이 있다면서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엄마 아들로 태어난 것에 너무 자랑스럽고 행복하다고.
힘든 시간 속에서도 어머니라는 중심을 지키고 사랑 주신 것을 존경하고 있다고,
이런 환영을 가족들과 주변에
듬뿍 받을 수 있었다.막내아들의 편지는 눈물이 나기도 했지만...
이번에 나는 삶의 수용이라는 생각을 많이 해봤다.
있는 상황을 거스르지 않고
특별한 큰 반전이 아니게 받아들이는 것이 지혜롭다고 여겨졌다. 아플 수 있는 나이이기도 하다.
계속된 시간이기도 하다.
사건이라는 하나의 관점에 붙들리지 않는 나의 자유여행의 한 지점임을
되뇌어본다. 가족의 사랑과 일상의 새로운 관점을 장착해 보는 한 꾸러미를 들고 항구로 들어온
기분이다. 이제 곧 출항하리라고 맘을 먹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