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또 봄입니다.
다시 또 4월이고요.
4월이 오면 괜히 엉덩이가 들썩입니다. 괜히 코에서 김이 나오는 것 같고, 이상하게 책장이 잘 안 넘어가기도 해요. 어디론가 나가야 할 것 같고, 끝내주는 하루를 보내야 할 것 같아 불안해지기도 해요. 별 거 아닌 일에 덮어놓고 울컥해지다가도 흩날리는 분홍색 공기에 모든 게 안심이 되기도 합니다. 이런 제 마음을 들으면 "봄 타네."라고 답할지도 모르겠어요.
4월만 되면 좋은 일들이 넘실넘실 밀려와요. 마치 파도에 밀려오는 부표처럼요. 작년 4월엔 남자친구와 브람스 음악을 들었고요, 재작년 4월엔 남자친구와 어색한 인사를 나누었어요. 그 전의 4월에도 벚꽃 같은 음악을 듣고, 개나리 같은 사람들을 만나, 봄동 같은 약속을 나누었을테죠.
거슬러 올라가면 중딩 때부터 봄만 되면 이런 설렘을 느껴왔으니, 제 정체성은 어쩌면 장범준이 아닌지... 그러면 좋겠네요.
저의 들썩임은 고스란히 남자친구에게로 전달되는데요.
"다음 주에 에버랜드 갈까?"
"가락시장에 봄 도다리 먹으러 갈까?"
"여의도 전시 예약해둔 거 있지? 그거 보고 벚꽃구경 갈까?"
"석촌 호수 구경갈까?"
예..모두 제가 하는 말들입니다. 적고보니 전부 "갈까?"로 끝나네요. 전국 상위 1% 집돌이인 남자친구가 "집이 제일 좋지 않아?"라고 답하며 저를 진정시키는 것도 영 이해가 안 가는 바는 아닙니다. "그럴 거면 혼자 살아! 집에 콕 박혀서! 평생! 혼자!"라고 답한 게 괜히 신경쓰이네요. 미안...
좀 진정하자고 생각을 하다가도 실내에 앉아 창밖을 보고 있으면 어쩔 수 없어지는 것 같아요.
"와. 날씨 좋다."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걸요.
그런 저를 바라보며 "오늘은 지붕 없는 곳에서 하루 종일 있을까?"라고 답하는 은둔형 집돌이의 배려에 저는 참지 못하고 이기적인 답을 해버리고 맙니다.
"너.무.좋.아."
다시 또 4월입니다. 온갖 약속을 나누고, 미루고, 또 지켜나가는 중이고요. 저는 오늘도 끝내주는 하루를 보내러, 봄을 타러, 넘실넘실 다가오는 좋은 일들을 맞이하러 가보겠습니다.
목련꽃 같은 하루 보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