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노란 Jun 07. 2024

옹졸? 쿨?

때론 상쾌한 -  노란쌤의 학급자치 수업  

난 요즘 우리 친구들에게 궁금한 것이 많아 질문을 자주 한다.


" 나 뭐 하나만 물어봐도 될까? 정말 궁금해서... "


A와 Z는 무척 친하다. 

하교할 때, 집에도 함께 간다.

A는 우리 반에서 가장 키가 작고, Z는 가장 크다. 

 

학급 자치 시간인 '이야기 나눔' 자리에서 A가 말했다. 

<  학급자치시간,  우리는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대화법으로 이야기하며 문제를 해결합니다 > 

"Z야, 부탁해. 네가 집에 갈 때, 자꾸 제 가방을 들어 올리면서 장난을 치니, 내가 불편해. 그래서 네가 내 가방을 들어 올리지 않았으면 좋겠어. "


"미안해. 내가 네 가방을 들어 올렸던 것은 장난치고 싶어서였는데, 네가 불편했다면 미안해. 앞으로는 그렇게 하지 않을게." 


A의 부탁에 Z는 진심 가득 담긴 미안한 표정으로 답했다.


무척 당황하고 창피해하는 Z의 얼굴빛을 본 순간, 난 궁금증이 올라왔다. 


"A와 B는 서로 많이 친하잖아. 둘만의 공간에서 따로 이야기 나누면 더 편하지 않았을까?"


만약 나라면 공개된 자리에서 이렇게 사과를 요청하면 서운할 것 같다고도 했다. 


그때, 우리 반 몇 명이 쿨하게 답해준다.


"여러 번 말해도 계속 장난치는데, 이렇게 '학급 대화 나눔 자리'에서 말하면, 바로 안 하거든요."


'그렇구나!'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여전히 풀리지 않는 질문들이 교실 곳곳에 맴돌았다.


A와 Z는 이 시간 이후로도,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예전처럼 친하게 지낼 수 있을까? 

내가 옹졸한 것인가? 

우리 친구들이 쿨한 것인가? 

이는 세대 차이일까?


시원하게 끝을 맺지 못한 나의 호기심은 또 하나의 질문을 퐁당 던지고 있었다.


"이야기 나눔 자리에서 내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 불편하지 않은 친구 있을까?"


A를 포함한 4명의 친구가 손을 들었고 그들은 평소 행동 변화가 더디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내 이름이 반복적으로 나와도 불편하거나 창피하지 않은 이유를 말해 줄 수 있을까?"


사과하는 것은 떳떳한 일이 잖아요. 

실제 한 사실을 말한 거잖아요.

그동안 잘 몰랐던 것이라 친구가 말해도 괜찮아요.

이유를 댈 수 없지만, 내 이야기가 나오는 게 창피하다는 생각이 전혀 안 드는데요.      


이 이유를 듣는 것만으로도 그동안 행동 변화가 더뎠던 원인을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나의 멈추지 않은 호기심이 가져다준 월척이었다. 

 

"그럼,  창피하고 불편하다 느끼는 친구들도 이유를 말할 수 있을까?"


반 친구들 모두가 알거나 (쳐다보거나, 듣기) 때문에 부끄러워요.

내 잘못을 알게 되어서 (알려져서) 창피해요. 


그들의 이유는 이 2가지로 정리되었다. 

   

" 지금까지 이야기를 들으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친구들이 부끄러워하는 것을 알았어요.

한 사람이 지명되는 것을 불편해하게 여기는 것을 알았어요.

여러 번 내 이야기가 나오는 게 창피한 일이라는 것을 알았어요.


똘똘이 K가 말할 차례에 그는 한 가지 질문이 생겼다고 했다. 


"선생님, 분명 자기 이야기가 나오면 창피하다고 말한 친구들 중에도 이야기 나눔 시간에 이름이 자주 나오는 친구가 있는데,  그 이유가 궁금해요."


우리는 똘똘이 궁금증을 함께 해결하기로 했다. 

   

 " 진짜로 창피하지 않은데 창피하다고 말만 한 것일 수 있습니다."를 시작으로

습관이 돼서, 익숙해서, 대수롭지 않게 여겨서, 까먹어서

이야기 나눔 대화 시간만 모면하면 된다고 생각해서

미안한 이유를 대충 말하면 되니깐 등이 나왔다.     


특별히 누군가를 지명하지 않았지만 우리는 비양심적으로 반응하는 이의 최후를 제대로 알려주는 듯했다.


이 정도에서 대화를 일단락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나는 마무리 질문을 했다. 


"선생님이 이 이야기를 왜 꺼냈을까? "    


이름을 많이 불리는 사람이 부끄러하지 않고 계속 같은 행동을 반복해서요.

 잘못된 행동을 답할 때, 장난스럽게 답하는 친구들이 있어서요.

이야기 나눔 시간이 자꾸 길어져서요.

사과하는 친구가 미안한 마음 없이 신나서 말해서요.

 진심이 느껴지지 않아서. 반성을 안 하는 것 같아서요.


우리 반 친구들은 예리했다. 이미 내 의도를 정확하게 읽고 있었다. 


우리는 앞으로 양심껏 행동할 것이며,  

자기 이름이  '이야기 나눔 시간'에 자주 나오지 않도록 신중하게 행동하겠다는 성찰로 

학급자치 시간을 마쳤다.

작가의 이전글 나의 양심은 어디 있을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