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론 아기자기한 - 노란쌤의 생각훈련법
“선생님, 깜짝 놀랐어요!
1학년이라면 몰라도, 6학년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인가 싶어서요.
선생님 질문에 모두가 손을 든 것을 보고 ‘이게 뭐지?’ 했네요. ”
학부모 공개 수업 후, 연우맘 반응이다.
6학년 시기, 사춘기의 까칠함과 귀차니즘은 당연했고
수업 시간에 적극 손을 드는 반응을 기대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난 학년 초, 우리 반 친구들에게 조심스레 제안했다.
“수업시간, 선생님 말이 과연 너희에게 어떻게 이해되는지 궁금하네.
너희들은 이해 못 했는데 나 혼자 다 알 것이라 착각하고 있지 않나 싶기도 하고...
선생님이 질문할 때, 아는 정도를 손가락으로 표현해 줄 수 있을까?
전혀 모르겠다 싶으면 ‘주먹’으로,
정확히 알겠다 싶으면 다섯 손가락을 모두 펴는 거야.”
나의 간절함이 통했는지, 학생들은 나의 제안을 받아주었다.
그렇다고 해서 다섯 손가락을 다 펼친 학생에게 발언권이 주어진 것은 아니었다.
누가 지명될지는 예측할 수 없었다.
다섯 손가락 중 몇 개를 펴야 할지를 계속 생각하고 판단하다 보니
누가 몇 개의 손가락을 폈는가가 중요한 것이 아닌,
모두가 자신만의 기준으로 이해 정도를 손가락으로 표현하려면
나는 20여 년 동안 매해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고 있다.
교직 경력이 쌓였다고 해서 더 이상 어려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해마다 내가 맞이하는 이들은 새로웠고,
나는 새로운 그들의 변화를 민감하게 알아차리면서 반응하기 위해서
기꺼이 모험을 즐길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학생들이 손가락 몇 개를 펼지 끊임없이 생각하는 것처럼
나 또한 그들처럼 반짝이는 눈빛으로
어떤 손가락과 어떤 손가락이 만나
아름다운 하모니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를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다시 생각하고 있다.
feat. 정석 작가님 꽃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