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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란 Jun 09. 2024

모두가 손을 든다고요?

때론 아기자기한 - 노란쌤의 생각훈련법 

      

“선생님, 깜짝 놀랐어요! 

1학년이라면 몰라도, 6학년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인가 싶어서요.

     선생님 질문에 모두가 손을 든 것을 보고 ‘이게 뭐지?’ 했네요. ”     


     학부모 공개 수업 후, 연우맘 반응이다.


 6학년 시기, 사춘기의 까칠함과 귀차니즘은 당연했고

수업 시간에 적극 손을 드는 반응을 기대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난 학년 초, 우리 반 친구들에게 조심스레 제안했다.      


“수업시간, 선생님 말이 과연 너희에게 어떻게 이해되는지 궁금하네.

너희들은 이해 못 했는데 나 혼자 다 알 것이라 착각하고 있지 않나 싶기도 하고... 

선생님이 질문할 때, 아는 정도를 손가락으로 표현해 줄 수 있을까? 

전혀 모르겠다 싶으면 ‘주먹’으로, 

정확히 알겠다 싶으면 다섯 손가락을 모두 펴는 거야.”     


나의 간절함이 통했는지, 학생들은 나의 제안을 받아주었다.


그렇다고 해서 다섯 손가락을 다 펼친 학생에게 발언권이 주어진 것은 아니었다. 

누가 지명될지는 예측할 수 없었다. 

패턴화 된 수업보다는 

학생들 반응에 따라 수업 대화의 높낮이를 결정하면서 

학생들이 만들어내는 수업의 율동감과 스릴을 즐겼기 때문이다.      


'손가락 표현법'의 놀라운 효과 한 가지가 있었다. 

바로 '학생들의 눈빛 변화'였다. 


다섯 손가락 중 몇 개를 펴야 할지를 계속 생각하고 판단하다 보니 

내가 질문하는 순간만큼은 눈빛은 살아있었다.

 누가 몇 개의 손가락을 폈는가가 중요한 것이 아닌, 

모두가 자신만의 기준으로 이해 정도를 손가락으로 표현하려면 

계속 생각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나는 20여 년 동안 매해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고 있다. 

교직 경력이 쌓였다고 해서 더 이상 어려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해마다 내가 맞이하는 이들은 새로웠고,  

나는 새로운 그들의 변화를 민감하게 알아차리면서 반응하기 위해서 

기꺼이 모험을 즐길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학생들이 손가락 몇 개를 펼지 끊임없이 생각하는 것처럼 

나 또한 그들처럼 반짝이는 눈빛으로

어떤 손가락과 어떤 손가락이 만나

   아름다운 하모니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를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다시 생각하고 있다.  


                                                                                                     feat.  정석 작가님 꽃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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