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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란 Jun 16. 2024

어떻게 이 장면이 만들어질 수 있죠?

때론 아기자기한 - 노란쌤의 리더십 수업 

 어떻게 이런 장면이 만들어질 수 있죠?

나의 스토리를  우리의 스토리로  엮어내는  활동

“학생자치는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니야. 

말에 그치면 토의 · 토론 수업했다고 하지, 자치활동했다고 말하지 않아. 

       자치는 내가 참여하고 우리 함께 움직이는 거야.”     


1시간 동안 발산과 수렴의 과정을 거쳐

‘질서 있는 복도 통행’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로 ‘캠페인 활동을 하자’는 회의 결론이 나왔으나

 “제가 해보겠습니다.” 말하는 이가 없다.     


“분명 누군가 시작해야 학교는 변할 수 있어. 

바로 그 ‘누군가’가 '나'여야야 가능한 일이야. 

     혹시 용기 있게 먼저 시작할 친구 있을까?”     


교실 가운데에 앉은 한 친구가 손을 번쩍 든다.  

    

 “와우, 고맙다. 선생님이 도와줄게. 결코 넌 혼자가 아니야.”     


  갑자기 서너 명의 친구들이 동시에 손을 들더니, 너도 나도 참여하겠다며 손을 든다. 

2명의 남학생만 움직임이 없다가 순간 그중 한 명이 말한다.     


“선생님, 캠페인 할 때 포스터는 미술 작품이 아니라는 선생님 말씀을 잘 이해했는데요. 

저희 둘은 글씨를 워낙 못써요. 

   그래서 저희가 캠페인 게시물을 붙이고 정한 날짜에 떼는 역할을 할게요.”


활짝 웃는 얼굴로 제안해 주는 그 모습이 한없이 귀엽다.  

   

잠시 후, 한 친구가 큰 소리로 묻는다.     


“선생님, 회의하면서 저희가 했던 이야기가 캠페인 포스터의 내용이 될 수 있다고 하셨잖아요. 

회의 내용 사진 찍어도 될까요?”

하더니, 학생들이 칠판으로 다가가 회의 내용이 적힌 판서를 핸드폰에 담기 시작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원인을 찾는 과정에서 

그동안 우리가 무의식 중에 했던 생각들에 근본적인 변화가 선행되어야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것을 

제대로 이해한 이들의 날갯짓이었다. 

그동안 무의식 중 해오던 생각을 돌아볼 수 있도록 

   회의 내용을 캠페인 포스터에 넣어보겠다는 움직임이었다.

 그들은 오늘의 이 경험을 포스터라는 매개체에 담아 

이 자리에 참석하지 못한 이들과 나눌 수 있는 자신만의 스토리를 만들어낼 수 있는 힘을 가진 것이다. 


그것이 무엇이든 

나의 스토리를  우리의 스토리로  엮어내는  활동이 

     ‘자치’이고 바로 주인으로 살아가는 방법'이다.    

  

“선생님, 자치활동에서 역할분담이 중요하다고 하셨잖아요. 

자기가 만든 포스터가 붙여진 곳이 캠페인 활동으로 과연 어떤 변화가 있는지 

관찰하는 역할을 나눠서 해보면 어때요?”     


“우리 모두 다음 주 화요일 아침까지 각자 포스터를 만들어와서 

        학생자치회실에서 이야기 나눠보고 어디에 무엇을 게시하면 좋을지 의논하면 어때요?”      


  구체적인 활동 맵까지 거침없이 제안해 내는 그들을 보며 난 거듭 놀라고 감탄하게 된다. 


이미 유연한 사고를 가진 우리 학생들은 ‘90분’이라는 짧은 시간에 기적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선생님의 열정이 부러워요. 어떻게 이런 장면이 만들어질 수 있죠? 교주 같으세요.”    

리더십 수업 참관을 하신 선생님 또한 나처럼 감탄하셨다.  

‘사이비 교주’가 아닌 ‘학생자치 교주’여서 다행이다.      


‘학생자치 교주’는 외친다. 


함께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명확한 이해가 부족하기에 우리 학생들이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고. 

몸을 움직이려면 분명 스스로를 설득할 수 있는 탄탄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적은 양의 지식이더라도 알이 굵은 지식 몇 개라도 정확히 이해하면 

우리 학생들은 한순간에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된다고. 

그들 안의 바로 그 힘을 밖으로 끌어내기 위해서는 

기존의 운영 방식과 다른 교육 활동을 과감히 시도해야 한다고.      

아주 작은 시도라도.. 


기존과는 다른 소소한 시도 하나만이라도 당장 도전해 보자. 


      그 작은 날갯짓이 태풍을 만들어낼지도 모르니 말이다.    



                                                                                          feat.  정석 작가님 꽃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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