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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란 Jun 08. 2024

우리 반 학생들만 이런 거예요?

때론 몽글몽글한  -  노란쌤의 질문법

“선생님, 이것을 왜 해요?”

“선생님, 왜 이런 방법으로 해요?”

“선생님, 이것을 누가 정했어요?”

“선생님, 언제까지 할 거예요?

    “선생님, 이렇게 하면 어때요?”     


다년간 휴직 후, 복직하신 옆 반 선생님께서 

첫 만남부터 쏟아내는 학생들 질문에 곤혹스러워하신다.

      

“계속해서 던지는 수많은 질문에 답하기 힘들어서, 

‘얘들아, 선생님한테는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 있어. 

선생님이 말한 대로 그냥 따라 주면 안 돼? 

우선, 해보고 나서 나중에 하나씩 이야기하자.’ 했네요. 

혁신학교라서 이런 거예요? 우리 반 학생들만 이런 거예요? 

질문이 너무 많아요.”     


선생님의 고민을 듣는데, 왜 그리 미소가 삐져나오려 하던지... 


선생님께 연달아 질문 풍선을 던지는 학생들 모습이 그려지면서, 

      우리 친구들이 지금 잘 자라고 있다는 안도감에서 나온 미소였다.      


그러나 학교 적응 단계인 선생님께 이 마음을 털어놓을 타이밍이 아닌 듯하여

나는 터져 나오려는 미소를 비밀스럽게 잠재워야만 했다. 

     

나는 옆반 선생님께 기존에 우리가 

‘학생중심교육’ 철학을 어떤 내용과 방법으로 교육해 왔는지를 간단히 말씀드리고, 

학생들이 보이는 말과 행동의 당위성을 설명하였다. 

나의 교수 방법 몇 가지도 살짝 덧붙였다.      


“선생님, 오늘처럼 질문이 넘쳐날 때, 저는 종종 이렇게 말해요. 

‘친구들아, 이것을 우리가 왜 하는 것일까?’ 제가 반대로 되묻기도 하고요. 

‘선생님이 생각한 방법 외에 어떤 방법이 있을까?하기도,

 좋은 생각인데... 선생님 방법과 네가 말한 방법은 어떤 차이가 있어?’ 묻기도 해요. 

몇 차례 주거니 받거니 하다 보면 좋은 아이디어도 나오고, 

제가 생각지도 못한 것을 듣게 되면서 감탄하게도 돼요. 

이 과정을 몇 차례 반복하다 보면, 학생들도 우리 반 스타일을 알게 되면서 

합의점을 빠르게 찾게 되더라고요.”

     

학생들과 즐겁게 소통하려는 선생님은 평소 어떤 생각을 할까?

      ‘학생중심교육을 실천하려는 선생님은 평소 어떤 말을 자주 사용할까?     


이들에게 특별한 노하우와 거창한 액션이 있는 것 같지는 않다. 


학생이 질문 풍선을 던져올 때, 

가벼운 마음으로 기꺼이, 

경쾌하게, 상쾌하게, 부드럽게, 기쁘게, 여유롭게 반응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그런 선생님이 한 분 한 분 늘어간다면 

‘혁신학교라서 그런 걸까요? 우리 반만 그런 걸까요?’ 질문이

 ‘요즘 학생들이 다 그런 걸까요?’로 진화될 날도 꿈꿔본다.     


                                                                                                                  feat.  정석 작가님 꽃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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