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의 마음

by 피연

처음은 늘 새롭고 마지막은 항상 아쉽다.

'매일 쓰는 일기 02'의 마지막 글이다. 매일 10시쯤 되면 마감이 생각나고 뭘 적을지 부랴부랴 생각하는 게 습관이 되었다. 한 번만 마감을 어겨볼까 하는 유혹을 매일매일 억누르고 뭐라도 적기 시작하면 써지긴 써지더라. 첫 글자를 결정할 때까지도 무슨 이야기를 쓸지 항상 알 수가 없다. 그게 내 마음에 들지도 랜덤이다. 늘 그냥 해버려야 한다. 그래야 모든 걸 알 수 있다.


솔직히 말하자면 옛날엔 좀 안 써진다 싶으면 관둬버려서 요즘처럼 내 글에 매너리즘이 느껴졌던 적도 없었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뭐라도 쓰다 보니 또 하나가 완결되었다. 안 하느니 하고 괴로워하는 게 낫다.


60개의 글이 전부 나였다. 다른 이야기는 거의 없이 모든 게 나였다. 이젠 조금 다른 이야기도 써보고 싶다. 그러려면 지금보단 밖을 돌아다녀야겠지, 기꺼이 그러기로 한다. 아마 그렇게 다른 이야기를 적어도, 누군가의 말을 쓰고 최대한 다른 말로 숨어 보려고 해도 어쩔 수 없이 나일 것이다. 이왕 그럴 거 더 지독하게 나였으면 좋겠다.


세 과목의 기말고사도 어느덧 끝나고 이제 다음 주 월요일 하나만 남았다. 늘 감을 잡을 즈음 끝나버리곤 해서 아쉽다. 이것보다 더 최선으로 고쳐살 순 없다고 해도 그냥. 통과의례처럼 아쉽다. 시원찮은 성적을 받겠지, 최악의 경우에 더는 기회가 없을지도 모른다.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고 할 만큼 했으니 결과에 따르기로 한다.


끝은 새로운 시작이라는 진부한 말으로 아쉬움을 달래 본다. 나름 해석해 보자면 끝이 남과 동시에 다른 일이 시작된다는 것보다, 끝 자체가 하나의 시작인 것 아닐까. 무엇을 완성해 버린 것, 혹은 종료된 것. 그것의 시작. 그러니까 완결의 시작이다. 계속해서 지속될 시작점이다. 끝은 되돌릴 수 없으니 얼마나 더 귀한 시작인가 하며. 이번 브런치북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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