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1231 故
신을 믿고 싶다. 이상한 문장이다. 믿는다는 것은 형용사일까 동사일까. 밥을 먹자는 되지만 사랑하자는 안된다. 신을 믿자 또한 안되니 형용사일 것 같다. (사전을 찾진 않았다.) 그런데도 써본다. 신을 믿고 싶다, 믿고 싶지 않다.
세상을 이분법적으로 나누기 싫었다. 신은 사랑이라는데, 내 눈엔 아주 무서운 심판자로밖에 안보였다. 삶의 목표를 전도로 삼고 싶지 않아서 도망쳤지만 일상 속에서 문득문득 생각났다. 잊고 있던 것이 생각나듯이, 내 본질은 무엇일지. 그러니까,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영역에 대해 기도해보다가, 걱정했다가, 그래도 신이라는 게 있다면 언젠가 닿겠지. 많이 애써야 할까? 계속 궁금해해야 할까?
10월 초중순의 어느 햇빛 좋은 가을날, 하늘은 해바라기처럼 노랗게 빛나는 푸른 색이었다. 구름이 적당히 채색된 하늘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그럼 나는 지옥에 가려나, 이런 자연 앞에서 신이 있을 수밖에 없다면.
잠에서 막 깨어난 듯 어스름한 눈에 유난히 높게 떠 있는 흰 뭉게 구름을 담았다.
하지만 오빠는 아예 사라졌든지, 저 구름 위에 있을 거라고,
지옥에는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빠는 진짜 이상하게 살았지. 진짜 이상했어. 내가 이렇게 쓰는 게 조금도 미안하지 않을 정도로 그랬지. 이름처럼 천재같은 그 재능을 참 부러워했는데, 오빤 아니었더라. 늘 같은 생각만 하고, 키우고, 저주했더라.
관상은 과학이라며?
우린 쌍둥이 소리도 들었었으니까 성질도 취향도 많이 비슷했는데, 뭐 나중엔 아니었지만.
그러게 왜 그렇게 무섭게 살았어.
안 그랬으면 내가 크리스마스 때 마지막 전화라도 받았을 것 아니야?
근데 진짜 어디로 간 거야? 바보같이 살다 갔는데 떠난 것이 믿기지 않아서 부정했었다. 오빠가 떠나고도 변함 없는 삶의 궤적에, 칠판 앞에서 가르치려고 수학을 미친듯이 채우고, 매일 출근하고. 모든 것을 치워버리고 없던 일인 것처럼.
평안과 여유 속에서 그냥, 공기 중에 흩어진 존재가 와락 생각이 나서. 그렁그렁한 눈을 애써 참으며 교실로 들어갔다. 참 야속했던 오빠가 사라진 게 너무 실감이 나서. 그래서. 신을 외면하고 싶은데 찾고 싶다. 그래서 피한다. 일단 바쁘니까. 떠안듯이 강요받듯이 찾기는 싫다. 진짜라면 자연스럽게 찾겠지. 잊고 있던 감정처럼 찾아지겠지. 나름대로 구하고 있으니까. 그 많은 외침과 절규와 찬양이 미친 것이 아니라면.
그렇게 살았어도, 오빠는 신을 믿었었다.
그게,
참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