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으로 처음엔 글쓰기가 싫다고 썼다가 고쳤다. 단지 뭘 쓸지 생각이 안 나서 더 생각하고 품을 들이는 게 힘이 빠진다. 싫은 적은 없었다. 귀찮다고 표현하는 게 더 맞다. 글을 쓰려면 여유가 필요하다.
나는 왜 쓸까?
자기만족이 가장 큰 것 같다. 지인들에게 보여주면 듣는 칭찬, 라이킷 알림, 가끔 내 마음에 쏙 드는 글을 써내고 난 후의 희열 같은 것들에 중독된 것이다. 여러 번 되짚어 읽으며 표현을 다듬고 고쳐 나가는 것도 재밌다. 그러니 '싫다'는 표현은 맞지 않는 것이다.
잠시 핸드크림을 바르며 멍해져 본다. 졸리다.
이런 식이라면 이 글은 아무런 의미가 없어지니 내가 바라는 것들에 대해 써야겠다.
아주 세속적이고 솔직하게 말하자면 내 분야에서 인정받으면서 많은 돈을 벌고 싶다. 많다는 건 내 마음속에 정한 액수가 있긴 한데 쑥스러우니 비밀이다.
아니, 돈보다 더 중요한 건 사랑이다. 평생 함께할 누군가를 원한다. 그리고 주변의 따뜻한 친구들을 더 많이 원한다. 오늘 든 생각인데, 난 늘 외로워하면서도 다가갈 용기를 내지 못하고 있었더라. 많은 이들을 질투하고 있었더라. 아주 매력이 철철 넘치고 멋있는 사람이 되어 자석처럼 사람들을 이끄는 삶을 살고 싶다.
평생 배우는 사람이고 싶다. 지금처럼 수학 공부를 위해 애쓰고, 영어공부도 해보고, 그림도 그리고 노래도 부르는 삶. 아주 철저하고 완벽하진 못하더라도 배움을 끝내지는 않으려고 한다.
사방팔방으로 여행을 다니고 싶다. 아직 서양을 못 가봤는데, 미국, 유럽, 호주나 이름도 못 들어본 국가로도. 여행을 다니며 글을 써야지.
또 뭐가 있을까.. 햇빛 잘 들고 적당히 넓은 깔끔한 집에서 필요한 물건만 최소한으로 두고 매일 청소하고 정리 정돈하며 사는 게 좋겠다. 이것저것 써보고 청소 용품도 실한 것들로만 채울 것이다.
아주 잘하는 운동 하나도 있으면 좋겠지? 아직은 못 찾았지만 그 자체로 즐거워서 유지가 될 수밖에 없고 절로 건강해지는 그런 거.
결국 내가 원하는 건 점점 더 나다워지는 것이다. 내 속엣말을 모두 무시하고 주변의 판단에 의지해 살아가던 세월이 작년까지였다. 눈을 떠 세상을 다시 바라보니 얼마든지 나는 더 내가 될 수 있었고, 취향이라는 걸 가질 수 있었고, 선택할 수 있었다. 남의 말을 듣고 의존하길 선택했었던 것이고, 살아보니 그건 크게 잘못되었더라. 아주 사소한 당장의 점심 메뉴부터, 중대한 일까지.
답이 안 나오는 고민거리를 머릿속에 짊어지고 당장 눈앞의 풍경조차 관찰하지 않던 수많은 순간이 지나 현재가 되었다. 오늘의 쾌청한 하늘 아래의 등굣길에서 '초록색'만 찾아봐야겠다고 혼자 생각하며 여기저기 둘러보니 정말 많은 초록이 있더라. 수많은 빛깔과 톤이 모두 초록색이라고 부르기엔 성의가 없어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색에도 다 이름이 있는데 너무 많은 것을 모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글쓰기의 재료로 중요한 건 어휘력과 문장력이다. 아직도 난 갈 길이 멀다. 하지만 그게, 마음에 드는 시리즈물 드라마가 아직도 한참이나 남은 것처럼, 몰아볼 일만 기대하며 과자 한 봉지 들고 와 뜯는 순간처럼 설렌다. 나는 너무나 오랫동안 독백을 들어왔다. 한 발짝만 내디뎌서 밖으로 나가면 햇빛이 숨이 막히도록 꽉 차게 나를 둘러싼다. 경험하고 생각하고 듣고 느낄 일들이 너무나 많아서, 나는 이제야 우물 위로 올라온 개구리라서. 아직 많이 미약하지만 우물 밖으로 부지런히 열심히 걸어 나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