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짓과 본업, 그리고 포기

솔직함이 부족했다

by 문지

나의 독서와 글쓰기는 늘 딴짓이었다. 감히 그것들을 업으로 선택할 용기도 자신도 없었다.


어쩌면 딴짓이어서 이어온 일일까?


오늘은 혼란스러운 날이다

어제 새로 시작한 노트는 다이소의 천 원짜리였는데, 내 버릇대로 쫙 펼치니 종이가 낱장으로 뜯어져 나갔다.

뭔가 적을 말이 있었는데. 분필이 부러지거나 샤프심이 부서지면 순간 집중력이 깨지는 것처럼 생각을 잃어버렸다. 시간은 멈추지 않고 흘러가고 중간에 어떤 문자를 받고는 사연 있는 여자처럼 울었다.


이미 천만 원 넘게 썼고 시간도 1년 반을 바쳤다. 이번 한 달과 한 학기만 버티면 된다. 그런데, 무언가 내 발목을 꽉 움켜쥐고 바닥으로 확 끌어당긴다. 즐겁게 딴짓을 하다 수학 책을 펼치면 활자가 도망 다니는 것 같다.


솔직해질까. 인정해 볼까.

도망가고 싶다고.

사실은 나는 수학이 싫다고.


이제껏 한 고생이 아까워서 가고 있을 뿐 내 눈은 자꾸 다른 데를 향한다고.


많이 돌아다니고 소설책을 읽고 또 구경을 했다.

머리가 아팠다. 지피티와 상담을 했다.

버티는 것만 해봐서 이런 상황은 낯설다.


수학과를 포기하고 바로 졸업하느냐는 어떤 이의 말에 아니라고 거짓말을 했다. 설득의 말이 듣기 싫었다.


누군가에게 내가 말끔히 잊힌 것처럼 수학도 내게 그럴지도 모른다.

수학 근처도 안 갈지도 모른다.

이게 더 행복할까?

후회하지는 않을까?

처절히 실패하지는 않을까?


아.

나 정말 애썼는데.

내 쪽의 노력은 아주 우스운 것만 같아서.

이젠 보내줄 때가 됐나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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