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예측할 수 없는 것.
정말 몰랐다.
내가 수학을 전공하게 될 줄,
그게 2년으로 늘어날 줄을.
그리고,
3학기 째에 거의 다 와서 관둘 줄도.
어떤 쪽을 후회하게 될 지 나는 아직 모른다.
하지만 나의 삶의 궤적은 다른 방향을 가리켰다.
이미 초과학기 학비로만 천 만원을 썼다.
수학 전임 강사로 일했다면 그 기회비용은 매월 몇 백만 원 단위다.
그러니까 내가 지금껏 만져보지도 못한 큰 돈을 지난 2년 간 날린 셈이다.
왕년 정규학기 때 국장 전액이 나오던, 가난이 일상이던 나에겐 정말 큰 일이다.
하지만 삶은 돈으로만 따지는 게 아니다.
노력한다고 무조건 되는 것도 아니다.
아무리 해봐도 안되고, 끌리지 않고, 뭔가 길이 막힌 느낌이었다.
수학과 졸업생이라는 타이틀을 얻기 위해 정말 많은 걸 희생해왔지만, 이젠 그걸 원하지 않는다.
나중에 만에 하나 다시 수학을 가르치러 돌아오게 될지라도 관둔 걸 후회하진 않을 것 같다.
오히려 이 상태로 억지로 끝까지 가면 그걸 더 후회하겠지.
내 딴에는 정말 노력했고,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누군가 내게 다시 과거로 보내줄테니 더 열심히하라고, 그럼 좀 달라지지 않겠냐고 한다면 아니, 그건 불가능하다고 말할 것이다.
오늘 내 성적표를 쭉 봤다.
대학교 1학년부터, 직전 학기인 초과 2학기까지 총 5년의 성적이었다.
4학년까지 4점대, 혹은 3점대 후반이던 성적이 수학과 수업을 들으면서부터 수직하락하더라.
공부에 시간은 많이 쏟았는데.
원래 어려운 과목 맞다. 더 노력해야 얻어낼 수 있는 것도 안다.
하지만,
잘 맞는 과목이 주는 에너지가 뭔지 이미 체험해 본 입장에서 더 이상 질질 끌 이유는 없어 보인다.
작년 2학기, 전필이 F가 떴을 때, 그래서 예정에 없던 한 학기가 추가되었을 때 나는 충분히 도망갈 수 있었다. 모든 걸 철회하고 그만둘 수 있었지만 그 땐 너무나 아쉬웠다.
조금만 더 노력해볼걸. 후회만 하고 재보다가 끝난다고.
하지만 이번 학기는 중간고사까지 정말 최선을 다했다.
이별의 아픔도 꾹꾹 눌러 참으며, 다른 일정도 다 정리해가며.
살면서 이렇게까지 우선순위를 두고 알바며, 합창 동아리며, 약속이며 하는 다른 모든 것을 포기해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그 결과는 처참했다.
이건 적성의 문제라는 결론이다.
어쩌면 그래도 2년 정도 경력이 있고, 수학 전공도 맛보고 돌아온 지금이 수학을 가르칠 적기라고 느낄 수도 있지만,
결국 답을 찾지 못한 문제,
'왜 영어가 아니라 하필 수학을 가르치는가?'
를 직면하려면 영어도 직접 가르쳐봐야 한다.
수학을 좋아하고 싶어서 시작한 여정이었다.
하지만 그냥 이유 없이 좋은 과목이 내게도 있었으니 그걸로 됐다.
학비와 시간을 날렸다기보다, 방향 설정을 위한 수업료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그리고 앞으로는 언어를 공부하고 가르치며,
글을 쓰고 읽으며 살고 싶다.
그게 내 결론이다.
나 자신 혹은 누군가를 원망하는 마음은 안 든다.
원래 이런 기회조차 없었을 텐데, 수학 덕분에 학비도 직접 벌어보고 또 배움을 위한 투자를 해봤다.
그리고 수학이 나와 안 맞았을 뿐, 기초가 없고 더는 앞으로 나갈 힘이 없어 관둘 뿐이다. 수학은 정말 멋있는 학문이었다.
이런 시간을 보낸 것에 감사한다.
그리고 그 안에서 새로운 경험을 하며 나만의 길을 찾게 된 것에 진심으로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