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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어코, 마침내

백수린 「아주 환한 날들」

by 서정아

사람들은 기어코 사랑에 빠졌다.

상실한 이후의 고통을

조금도 알지 못하는 것처럼.

그리고 그렇게 되고 마는 데

나이를 먹는 일 따위는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 백수린 「아주 환한 날들」 중에서




에곤쉴레.jpg Die Umarmung (1917)Egon Schiele (Austrian, 1890-1918)


<나의 단상>


기어코 사랑에 빠지고

마침내 헤어질 결심을 한다.


상실 이후 감내해야 할 고통은

언제나 최초의 일인 것처럼

막막하고 두려운데.


그걸 우리는 다 알고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어코 사랑에 빠진다는 것.


그것을

비극이라 해야 할까

희망이라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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