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뼈가 함께 덜컹거렸다
어느 퇴근길에 유안이 내 손을 잡았을 때였다. 나는 반사적으로 뒤를 돌아보았다가 유안에게 잡힌 손을 스르르 뺐다. 해는 졌어도 주위가 아직 너무 밝은 것 같았고 그때 우리 옆엔 높은 담벼락도 없었다. 유안은 조금 토라진 목소리로 말했다.
이 정도는 괜찮아. 아무도 이상하게 생각 안 해.
나중에, 집에 가서.
집에선 이렇게 걸을 수가 없잖아. 나는 네 손을 잡고서 길을 걷고 싶은 거라고.
나도 마음은 그래.
겁쟁이.
유안은 화가 난 듯 성큼성큼 걸어가 버렸고, 나는 나대로 유안에게 서운해서 더 느리게 걸어갔다. 그래도 결국 우리는 버스 정류장에서 만났다. 공장들이 밀집해 있는 시 외곽 지역에서 시내로 나가는 버스 노선은 하나였고 배차 시간이 무척 길었기 때문이다. 버스 정류장의 빛바랜 플라스틱 의자에 서로 말없이 앉아 있는 동안 주위가 점점 어두워졌고 멀리서 개 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냥 짖는다기보다는 비명에 가까운 소리였다. 누가 몽둥이로 개를 후려치고 있나, 아니면 목을 조르고 있나 싶을 정도로 고통스러워하는 울음. 처음 듣는 소리는 아니었다. 버스를 기다리다 보면 자주 그런 소리가 들렸고 그때마다 우리는 두 손으로 귀를 막곤 했다. 저러다 죽겠구나 싶을 무렵 흙먼지를 일으키며 버스가 도착했다. 버스 안에는 다른 공장의 노동자로 보이는 남자들 몇 명이 앉아 있었는데 우리가 버스에 올라타자 휘파람을 불어댔다. 유안은 인상을 찡그리며 미친, 하고 중얼거리고는 버스 맨 뒷자리로 가서 앉았다. 나도 맨 뒤로 가서 유안의 옆자리에 앉았다. 남자들은 자기들끼리 낄낄거리며 웃고 저속한 말들을 큰 소리로 주고받다가 이내 버스 창문에 머리를 기대고 잠들었다.
죽여버리고 싶어.
유안이 읊조리듯 말하고는 입술을 깨물었다.
겁먹어서 저러는 거야. 가진 게 없어서. 우리처럼.
넌 모두에게 너무 관대해.
관대한 게 나태한 거야?
……그건 아냐.
나는 유안의 손을 잡았다. 거친 피부 속에 감춰진 단단한 뼈가 만져졌다. 버스가 덜컹거릴 때마다 우리의 뼈가 함께 덜컹거렸다.
두렵지?
유안이 내게 물었다. 나는 대답하지 않고 창밖만 보았다. 물론 두려웠다. 나는 아무것도 모른 채 우물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어린아이가 아니었다. 하지만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그렇게 짧을 줄 알았다면 두려워하는 대신 그 애의 손을 더 많이 잡아주었을 것이다. 함께 덜컹거리고 뼈를 부딪치고 그러다 멍이 들더라도, 그게 그리 나쁜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