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고은 「첫눈 마중」
눈이 날리는 걸 보는 건 좋지만
땅이 얼어붙고 점점 까매지는 걸 보는 게
겁난다고 말할 생각이었다.
그건 눈에 관한 것인 동시에
관계에 관한 두려움이기도 했다.
- 윤고은 「첫눈 마중」 중에서
<나의 단상>
희고 아름다웠던 눈의 흩날림 뒤에 남는
더러워진 땅과 질척이는 발걸음
얼어붙은 땅에 미끄러져 아파할 순간
그걸 모두 알면서도
겁나고 두려워하면서도
첫눈이 내려오면 모든 걸 잊고
달려나가게 되는 마음
소설가 서정아. 매번 바닥으로 고꾸라지는 심정이 되지만, 읽기와 쓰기를 동아줄처럼 부여잡고 살아갑니다. 2004 부산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소설집 <우리는 오로라를 기다리고>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