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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의 산책

윤성희 『날마다 만우절』

by 서정아

토요일이면 영훈은 맥주를 마시며

새벽 산책을 했다.

그러면

미운 사람도 좋은 사람도 모두 사라지고

단순한 마음이 된다고 했다.


- 윤성희 『날마다 만우절』 중에서



Spitalskirche, Mödling (Church Hospital, Mödling) (1918)Egon Schiele (Austrian, 1890-1918)


<나의 단상>


맥주가 없어도 충분히 좋다.

봄날의 산책이라면.


다섯 시에 일어나 몸을 정갈히 하고

커피를 한 잔 내려 마시고

산책하는 마음으로 천천히 걸어

새벽 미사에 간다.

사람들이 모여 있어도 성당은 고요하고

그 고요함 속에 서서히 동이 터오면

스테인드글라스 창문으로 들어오는

아침빛이 영롱하다.

미사를 마치고 돌아오는 산책길엔

나도 영훈처럼 단순한 마음이 된다.


걷기에도 자전거 타기에도 참 좋은,

봄날의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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